"누가 이런 짓을"…대청호 '폭우 쓰레기' 묶은 밧줄 절단

입력 2018-09-04 16:34
"누가 이런 짓을"…대청호 '폭우 쓰레기' 묶은 밧줄 절단

5일간 애써 수거한 쓰레기 호수로 떠내려가…누군가 고의로 끊은 듯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집중호우로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한데 모아 묶어놨던 밧줄이 끊어져 5일간의 수거 작업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이하 수공)와 수거업체는 누군가 고의로 밧줄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4일 수공과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을 앞 호숫가에 쓰레기를 가둬둔 밧줄이 끊기면서 애써 모은 쓰레기가 다시 호수 안쪽으로 둥둥 떠내려가고 있다.

쓰레기 수거작업에 투입됐던 방모(68)씨는 "오전 7시쯤 호수에 나와보니 선착장 주변에 모아둔 쓰레기가 흩어져 수면을 가득 뒤덮었고, 쓰레기 더미를 묶었던 밧줄도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수거업체는 흩어진 쓰레기를 다시 끌어모으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수거가 지연되면서 잔뜩 물기를 머금은 목재류 등이 썩거나 물속에 가라앉아 수질이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이곳에는 지난달 26∼30일 내린 집중호우로 1만5천㎥의 쓰레기가 떠밀려 들어왔다.

호수 주변 산림이나 하천 등에 방치되던 나무와 풀이 대부분이지만, 빈 병과 플라스틱류 등 생활 쓰레기도 화물차 수십 대 분량에 달한다. 심지어 장롱이나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있다.

수공은 댐 본류로 통하는 길목에 펜스를 설치해놓고 이곳에 모아진 쓰레기를 그물망으로 포위한 뒤 밧줄로 묶어 호숫가로 끌어낸다.

수공과 계약한 수거업체는 지난달 30일부터 선박 2척과 20여명의 인부를 투입해 이 같은 방식의 수거작업을 했다.

닷새간의 작업 끝에 수면을 가득 뒤덮었던 쓰레기는 호숫가로 끌려 나와 선착장 부근에 거대한 섬을 이룬 상태였다.

수공 관계자는 "어제부터 포크레인을 동원해 호수 안 쓰레기를 선착장으로 퍼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인데,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수거하던 밧줄은 예전에도 몇 차례 훼손된 적이 있다. 그러나 수거업체는 수상스키 등 레저활동을 하던 동호인들이 뱃길을 내기 위해 줄을 끊은 것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절단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누군가 일부러 해코지했다는 얘기다.

방씨는 "절단된 밧줄 중에는 지름 1.6∼1.8㎝에 이르는 굵은 줄로 여러 개"라며 "예리한 칼이나 낫으로도 끊기 어려운데, 군데군데를 잘라놨다"고 고의성을 지적했다.

수공과 수거업체는 이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흩어진 쓰레기 수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수공 관계자는 "쓰레기가 더 넓은 수역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는 한편, 선착장 부근의 쓰레기는 서둘러 선착장으로 퍼 올리고 있다"며 "쓰레기가 썩거나 가라앉기 전에 최대한 서둘러 육상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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