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2011년 이후 첫 금리 인상기 들어섰다"

입력 2018-09-04 16:38
"신흥국, 2011년 이후 첫 금리 인상기 들어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아직 초저금리 많아" 반박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컨설팅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신흥국 중 금리를 인상한 중앙은행 수에서 금리를 인하한 중앙은행 수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한 '신흥시장 금리 분포 지수'가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2011년은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가장 심각한 단계에서 회복 중이던 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신흥시장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개월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신흥국들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지속적인 긴축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경기 호조에 따라 긴축으로 선회한 것과 달리, 신흥국 금리 인상은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방어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페소 가치가 폭락하자 기준금리를 세계 최고수준인 60%로 인상했다.

터키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17.75%로 1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린 뒤 추가 인상하지 않자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7월에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했고 지난달엔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체코도 금리를 올렸다.

신흥국 금리 인상의 최대 원인은 달러 강세다. 달러 강세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큰 신흥국 통화에 대한 압박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도와 일부 아시아, 상당수 동유럽 국가들은 몇 달간 강한 경제성장이 이어져 물가상승 압박을 받기 시작하자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잭슨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그의 관측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2차례 금리 인상에 이어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긴축주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4.6%인 데 반해 금리는 2.5%여서 긴축이 충분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긴축은 초기 단계다.



그러나 최근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의 긴축주기 진입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반박도 있다.

조지프 럽턴 JP모건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에서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2.6% 수준이어서 오히려 1년 전보다 낮다면서 최근 잇단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금융시장 압박과 자본유출에 대한 대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추세가 "역사적 기준에서 큰 긴축주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나라가 많다. (현재의 움직임은) 약간의 예외와 함께 금리를 좀 더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려놓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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