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간 요절 작가 856쪽짜리 소설…"독특한 세계 담아"

입력 2018-09-04 15:51
무대로 간 요절 작가 856쪽짜리 소설…"독특한 세계 담아"

서울예술단 신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내달 개막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법과 정의 등 묵직한 테마를 담은 856쪽짜리 소설이 원작이에요. 방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의 독특한 세계관을 무대 위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서울예술단이 오는 10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공연한다. 고(故) 박지리(1985~2016)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다.



이번 작품의 오경택 연출은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박 작가 작품 속에 담긴 독특한 세계와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작은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뉜 가상의 계급 도시를 묘사함으로써 악의 탄생과 진화를 들여다본다.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유서 깊은 명문 학교 '프라임 스쿨'을 배경으로 소년·소녀들이 30년 전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소한 몸부림이 어떻게 세상의 악을 자라게 하는지를 흥미로운 판타지로 풀어냈지만, 작가의 요절로 널리 알려지진 못했다.

오 연출은 "우리 자신 안에 있는 '어린이'를 죽여야만 '어른'이 되는 잔혹함 같은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 때문에 어두운 '해리포터'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박 작가는 비문학 전공자에, 작가 학교나 문예 아카데미 등과 같은 정규 작가 수업을 받지 않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신춘문예 등으로 등단한 적도 없고 수줍다는 이유로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민 적도 거의 없다. 그 흔한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던 그의 상상력은 그래서 거침없고 신선하다. 작가들이 만나보고 싶어하는 작가로 꼽히기도 했다.

작품 편집을 맡은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팀장은 "박 작가의 독특한 작품들은 굉장히 흡인력이 강하다"며 "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게 돼 기쁘고, 작가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숨은 진실을 좇는 주인공 다윈 역에는 배우 최우혁, 다윈 아버지이자 베일에 싸인 진실의 열쇠를 쥔 니스 역엔 박은석, 다윈의 첫사랑인 소녀 루미 역엔 송문선이 캐스팅됐다.

이희준 작가가 원작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고 박천휘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었다.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이번 공연도 우리 단체가 해온 실험적이고 모험적 작업의 일환"이라며 "한국적인 것에서 소재를 찾되 글로벌하면서도 대중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 우리만의 창작가무극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6만~9만원. ☎02-523-0986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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