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경비대장 조부 99년 만에 독립유공자 인정받았다

입력 2018-09-04 15:23
수정 2018-09-05 08:41
독도경비대장 조부 99년 만에 독립유공자 인정받았다

청산 만세운동 주도한 故 박동희 선생 대통령 표창 추서

손자 박연호 독도경비대장 "후손이 공적 입증하는 방식 바꿔야"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故 박동희(1887∼1919) 선생이 순국한 지 99년만에 국가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그의 후손 등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그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고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박동희 선생은 스물 세 살이던 1919년 3월 옥천군 청산면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한달 동안 갖은 고문에 시달리다가 태형 60대를 맞고 출소해 그해 5월 6일 순국했다.

당시 만세운동을 주도한 14명 중 8명은 이후 공적을 인정받아 독립유공자가 됐지만, 박동희 선생은 입증자료가 부족하고 1924년 뒤늦게 사망신고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후손들은 그의 명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생존자 증언을 확보하고 인후 보증을 받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가 재판을 받은 충남 공주교도소마저 한국전쟁 때 불타 모든 기록이 사라진 상태여서 상황은 점점 암울해졌다.

그러던 중 2013년 청산면사무소 창고에서 의미있는 문서가 하나 발견됐다.



일제시대 수형자 명단이 적힌 문서인데, 거기에는 청산 독립운동 주역들의 이름과 나이, 혈량, 판결일 등이 꼼꼼히 기록돼 있다.

박동희 선생은 함께 체포된 손일만·신업이 선생 등과 함께 60대의 태형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를 토대로 후손들은 국가보훈처에 재심사를 요청했고. 마침내 지난달 10일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청산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도 자료 수집에 힘을 보탰다.

박동희 선생은 박연호(51) 독도경비대장의 친할아버지다.

만세운동을 주도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막내 손자가 늠름한 국토의 파수꾼이 돼 한반도 최동단 독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박 대장은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할아버지의 독립유공자 인정을 들뜬 목소리로 반겼다.

그는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가던 할아버지가 뒤늦게나마 명예를 되찾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선친을 비롯한 가족들의 오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아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유족이나 후손이 직접 신청서를 내고 공적을 입증하는 지금의 독립유공자 선정절차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장은 "당시 기록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손들이 일일이 자료를 모으고 공적을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할아버지와 함께 만세운동을 주도하신 다섯 분은 아직도 독립유공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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