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 잘린 채 떼죽음…보츠와나서 코끼리 87마리 밀렵 '충격'

입력 2018-09-04 15:06
수정 2018-09-04 20:42
상아 잘린 채 떼죽음…보츠와나서 코끼리 87마리 밀렵 '충격'

밀렵 감시부대도 해체…국제보호단체 "코끼리 안식처에 밀렵꾼 행동개시"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한 유명 야생동물 보호구역 인근에서 최근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 사체가 90구 가까이 발견됐다.

강력한 밀렵 단속정책을 펴온 보츠와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끼리의 마지막 안식처'로 여겨져온 만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항공 생태조사를 시행하는 국제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 없는 코끼리'는 최근 유명 관광지인 '오카방고 델타 야생동물 보호구역' 인근 지역에서 아프리카 코끼리 87마리가 상아가 잘려나간 사체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코끼리 외에도 흰코뿔소 5마리가 3달여 전 밀렵꾼들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의 설립자이자 생태학자인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3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경악했다. 지금껏 보고 들은 밀렵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분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만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서식하는 보츠와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무장한 밀렵 감시부대를 운영하면서 밀렵을 엄격히 단속했다.

이 때문에 보츠와나는 코끼리들에게 밀렵 안전지대나 다름 없었다.

추적 장치에 따르면 나미비아, 앙골라, 잠비아 등 인근 국가에 서식하던 코끼리들도 밀렵을 피해 보츠와나 국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포착됐다.

그러나 2년 전 나미비아와의 접경 지대에서 상아가 잘려나간 코끼리 사체들이 발견되면서 '안전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코끼리들의 무더기 죽음이 이번에 확인된 지역은 국경이 아닌, 내륙 깊숙한 지역의 보호구역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보츠와나 정부가 지난 5월 밀렵 감시부대를 돌연 해체한 직후 코끼리 밀렵이 다시 확인됐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모크위치 마시시 신임 대통령 정부는 이 부대를 해체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체이스 박사는 "코끼리 보호는 보츠와나 경제나 일자리, 국제적 평판과도 직결된다"며 "보츠와나 정부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밀렵꾼들은 이미 행동을 개시했다"고 경고했다.

'국경 없는 코끼리'의 '2018 야생동물 항공 생태조사'는 절반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아 앞으로 밀렵에 희생당한 코끼리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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