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안되는 이유 있었네…청약통장 모집단 검거

입력 2018-09-04 10:45
수정 2018-09-04 17:10
당첨 안되는 이유 있었네…청약통장 모집단 검거

임신진단서 등 위조…특별공급분 당첨후 되팔아 60억 수익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청약통장을 불법으로 모집, 고액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신도시 특별공급분에 청약 신청을 넣고 당첨 후에는 웃돈을 붙여 되팔아60억원을 벌어들인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위해 공급되는 특별공급분이 경쟁률이 비교적 낮다는 점을 노려 범행하면서, 가점을 최대한 얻기 위해 임신진단서 등 각종 증빙 서류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택법 위반(청약통장 매매, 부정당첨, 모집 광고) 등의 혐의로 전 모(38)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조 모(27) 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통장을 판매한 청약통장 명의자 29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 씨 등은 2014년 초부터 최근까지 경기지역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면서 295명으로부터 개당 300만∼1천만원에 청약통장을 사들여 전국 분양 인기 지역의 특별공급분에 청약을 넣어 당첨된 후 많게는 1억원의 웃돈을 얹어 되팔아 6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임신진단서를 위조하거나 대리 발급받은 혐의도 받는다.



전 씨 등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특별공급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물량은 일반공급분의 10%에 불과하나,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 등의 가정에만 청약 기회가 주어져 당첨 가능성이 무척 크다.

전 씨 등은 SNS에 글을 올려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분 신청 대상자를 중심으로 청약통장을 모집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이어 사들인 청약통장 명의자 이름으로 프리미엄이 붙을 만한 신도시 아파트를 대상으로 대리로 청약 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위조책을 동원, 위조한 병원 직인과 의사 도장 등을 찍은 임신진단서를 첨부하거나 위장전입을 하는 등 가점을 높이기 위한 각종 방법도 동원했다.

그 결과 이들이 청약 신청한 295건 모두 당첨(특별공급 253건·일반공급 42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분양 당첨된 지역은 동탄2신도시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평택 고덕신도시(34건), 서울 영등포·송파(19건), 남양주 다산신도시(13건), 하남 미사강변(1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 씨 등은 당첨된 분양권에 많게는 1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제한 기간에 불법으로 팔아넘겼다. 이들이 분양권에 얹은 웃돈은 평균 2천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 씨 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에 실패한 피해자들이 생긴 것은 물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청약통장을 팔아넘긴 명의자들에 대해 청약 신청자격을 무효로 하고, 공급계약까지 체결된 257건에 대해 계약 취소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시장 교란 행위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 그 부담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 중대한 범죄"라며 "청약 신청 접수 단계에서 각종 증빙 서류에 대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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