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걸핏하면 대형 화재로 '역사·문화 소실'…"예고된 비극"
1970년대 이후 네번째…2010년엔 세계 최대 毒생물표본 연구소 화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전에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 대형 화재로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사건을 합쳐 1970년대 이후 대규모 문화시설이 화재로 피해를 본 것은 네 번째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문화재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발언을 인용, 역사·문화적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하고 재원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서 '국가적 수치'로 부를 수 있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78년 7월에는 리우 시내에 있는 현대미술관에서 화재가 일어나 거의 모든 소장품이 불에 타버렸다. 피카소·달리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소실된 것을 비롯해 당시 가치로 6천만 헤알(약 16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3년 11월에는 상파울루 시내 라틴아메리카 기념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남미 역사 유물과 미술작품들이 재로 변했다. 소방관 11명이 부상할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고, 이후 기념관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2015년 12월에는 상파울루 시내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포르투갈어 박물관이 불에 탔다. 이 화재로 포르투갈어의 유래와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대부분 소실됐다. 이 박물관에는 포르투갈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자료가 상당했으며, 오랜 작업을 거쳐 완성한 디지털 자료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이에 앞서 2010년 5월에는 상파울루 인근 부탄탕 연구소에서 불이 나 세계 최대 규모의 뱀·거미·전갈 표본 8만 점이 모두 소실돼 과학계에 큰 손실을 안겼다. 이들 표본은 백신과 기타 생물의약품 생산은 물론 생물진화 연구와 일부 생물 종의 멸종 방지책 연구 등에 활용됐다는 점에서 '인류의 손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브라질 국립박물관서 큰불…소장품 2천만 점 소실 우려 / 연합뉴스 (Yonhapnews)
리우 국립박물관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날 새벽에야 진화돼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인 1818년 6월에 문을 연 이 박물관에는 각종 유물 2천만 점과 동물 수집물 표본 650만 점, 식물 50만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동 페드루 1세가 가져온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예술품,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2천 년 전의 두개골을 복원한 '루지아', 1784년에 발견된 5.36t 무게의 대형 운석 등이 유명하다.
상파울루주립대학의 바우테르 네비스 교수(고고학)는 "리우 국립박물관 화재는 역사적·과학적 자산에 대한 관심 부족이 낳은 참사"라면서 "이는 의심할 바 없이 '예고된 비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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