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이 본 조성진 "이렇게 재주많은 연주자 본적없어"

입력 2018-09-03 15:19
정명훈이 본 조성진 "이렇게 재주많은 연주자 본적없어"

DG 설립 120주년 기념 콘서트로 한 무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조성진의 연주를 처음 들은 건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였어요. 당시 성진이는 13살이었고, 그날은 쇼팽 스케르초 한 곡을 쳤죠. 그걸 듣고 '여태 이렇게 재주 많은 아이는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죠."

지휘자 정명훈(65)은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의 재능과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정명훈은 서울시향 음악감독 재임 시절 조성진을 협연자로 자주 초청해 그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했다. 그는 "당시 젊은 나이에도 불구, 거의 완벽한 피아니스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2월 6~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 설립 120주년 기념 공연에 함께 출연한다.



정명훈은 "부모가 자녀들이 잘 커 주길 바라는 마음밖에 없듯 음악가들도 잘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는 게 가장 만족스럽고 기쁘다"고 설명했다.

정명훈 역시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만큼 피아니스트를 보는 눈은 더 정밀하고 까다롭다. 그러나 정명훈은 "피아니스트로서 봐도 성진이가 정말 잘한다. 내가 했던 것에 비교하면 정말 빠르고 쉽게 연주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공연 첫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를 연주한다. 공연 후반부에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이 연주된다. 연주는 서울시향이 맡는다.

조성진은 "이번 모차르트 협주곡은 2011년 1월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한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한 곡"이라며 "거의 8년 만에 다시 연주하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명훈은 2015년까지 10년간 이끈 서울시향과 다시 만나게 된 데 대해서도 "과거보다 굉장히 마음이 가볍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 음악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음악감독 시절의 서울시향을 '자녀'에, 객원 지휘로 만나는 서울시향을 '손주'에 비교하기도 했다. "자녀들을 키울 때는 항상 마음이 무겁고,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꼈어요. 그런데 손녀·손자들은 그런 부담 없이 마냥 예뻐해 주게 되잖아요.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음악도 이젠 즐겁고 재밌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두 사람 모두 DG와의 깊은 인연으로 이번 출연이 성사됐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인 2016년 1월 DG와 전속계약을 한 뒤 쇼팽과 드뷔시 앨범을 낸 바 있다. 오는 11월 야닉 네제 세겐과 함께한 모차르트 협주곡 앨범 출시도 앞뒀다.

조성진은 "제가 보유한 음반 40% 이상은 DG 레이블이 아닐까 싶다"며 "어릴 적부터 즐겨 듣던 레이블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1990년 DG와 계약하고는 30여 장이 넘는 음반을 발매했다.

2011년에는 당시 예술감독을 맡은 서울시향의 DG 음반 발매 계약을 끌어내기도 했다. 서울시향과 정명훈은 DG를 통해 총 9장 음반을 내놨다.

이날 함께 자리한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DG 사장은 아티스트 영입 기준에 대한 질문에 "악기를 다루는 기술이 최고여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레퍼토리에 새로움을 부여할 수 있는 상상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DG는 항상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음악 시장이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 흐름 속에서 아무리 변화한다고 해도 우리의 이 같은 초심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898년 창립한 DG는 클래식 음악 녹음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발명가 에밀 베를리너는 그라모폰이라는 이름의 축음기 제조사를 만들고 영국과 독일에 지사를 냈는데, 1898년 베를리너의 조카가 세운 독일 지사가 바로 도이체 그라모폰이다.

1907년 첫 12인치 레코드 개발, 1951년 롱 플레잉 레코드(LP) 도입, 1983년 대량 생산 CD 출시 시작 등 클래식 음악 녹음의 역사를 선도했다. 거장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으로 전무후무한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DG는 올해 설립 120주년을 맞아 10월 10일 베이징을 시작으로 하노버, 함부르크, 홍콩, 상하이, 도쿄 등 세계 각지를 돌며 기념 콘서트를 연다.

도시마다 출연자는 다르지만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랑랑, 작곡가 막스 리히터 등이 이번 갈라 콘서트에 참여한다.

한국 공연에는 정명훈과 조성진 이외에도 '바이올린 여제' 아네조피 무터가 출연한다. 그의 한국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1984년 이후 34년 만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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