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장 "체육·예술 병역특례 전면 재검토"…존폐 기로(종합)
"병역특례 형평성에 맞는지부터 검토"…국방부 "관계기관 의견 수렴"
올림픽·아시안게임만 특례대상…체육계 내부서도 형평성 문제 제기
순수예술 입상자에만 적용도 타깃…"방탄소년단은 왜 안 되나"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김호준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입상자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병무청이 체육·예술 분야의 병역특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3일 밝혔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며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 청장은 "앞으로 병역자원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투병이 아닌 전투경찰이나 소방원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전환복무 등도 폐지된다"며 우선 병역특례 기준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병무청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도 협의할 예정이다.
국방부도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향후 병무청과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 청장은 "병역자원이 안 그래도 부족한데 병역특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부터 검토하려고 한다"며 "국민 여론도 수렴하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이 체육·예술 분야 병역특례를 전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론 동향에 따라서는 특례 제도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예술·체육요원(보충역)으로 편입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사회에 나와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병역이 면제되는 것이다.
1회 국제대회 입상 성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이런 특례 제도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먼저 체육 분야의 경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성적만으로 병역특례는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체육계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전날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추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 청장은 이 회장이 언급한 '마일리지 제도'에 대해 "2014년에 검토한 적이 있지만, 체육계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 무산됐다"며 "이번에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으나, (도입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술분야에서도 국제콩쿠르 입상자 등 순수예술에만 병역특례가 적용되고 대중예술은 배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며 "'방탄소년단'(BTS) 군 면제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도 미국 빌보드 정상에 두 번이나 올라 국위를 선양했으니 병역특례 대상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 청장은 이와 관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도개선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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