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버린 양심 부메랑…'쓰레기 섬' 으로 변한 대청호

입력 2018-09-03 10:57
수정 2018-09-03 14:40
몰래 버린 양심 부메랑…'쓰레기 섬' 으로 변한 대청호

옥천 일대 2곳에 1만5천㎥…수거 비용 7억원, 처리에 꼬박 2주일 걸려

빈 병·플라스틱류 진흙 범벅, 재활용 안돼…비싼 비용 주고 폐기물 처리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달 26∼30일 대청호 유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호수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3일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이하 수공)에 따르면 이번 비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추소리 수역에 1만5천㎥의 쓰레기가 떠밀려 들어왔다.

수공은 댐 본류로 흘러들지 않도록 이곳 호수 2곳에 펜스를 설치해 쓰레기를 가둬놨다.

수면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를 육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적어도 2주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인부들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그물로 쓰레기 더미를 묶은 뒤 일일이 호숫가로 끌어내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수거된 쓰레기는 분류작업을 거친 뒤 목재와 초본류는 땔감이나 퇴비원료로 쓰고, 빈 병이나 플라스틱 같은 생활 쓰레기는 재활용 업체로 보내진다.

생활 쓰레기라도 진흙으로 범벅된 상태인 경우 재활용 처리 되지 않고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돈을 주고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수공은 현재 호수에 있는 쓰레기를 끌어내는 데 5억원, 처리하는 데 2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댐 주변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 때문에 올해도 막대한 예산이 허비될 전망이다.

대청호에는 지난 7년간 2015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호우 쓰레기가 떠내려왔다. 수거에 든 비용만 25억5천만원에 이른다.

올해 유입량은 2016년 2만1천920㎥ 이후 2번째로 많다.

막상 건져놓고 보면 양이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소요되는 처리비용은 수공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호수에 흘러든 쓰레기는 90%가량이 나무나 풀 종류다. 호수 주변 산림이나 하천 등에서 방치되다가 떠내려온 것들이다.

그러나 빈 병과 플라스틱류 등 생활 쓰레기도 화물차 수십 대 분량에 달한다. 심지어 장롱이나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있다.

수공 관계자는 "호우 쓰레기는 진흙더미를 뒤집어쓰거나 물기를 잔뜩 머금은 상태에서 수거하기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서둘러 건져내지 않으면 물속으로 가라앉아 수질을 더럽히는 오염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부메랑이 돼 식수원을 위협하고, 막대한 처리비용을 허비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폭염이 이어진 대청호에는 추동·문의·회남 수역에는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지난달 27일 측정된 문의수역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당 7천60개로 경보발령 기준(2주 연속 1천개 이상)을 7배 웃돈다.

이번 비는 쓰레기와 더불어 녹조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도 다량 끌고 들어왔다.

녹조가 더욱 번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청호 물을 식수로 공급하는 대전시와 청주시 등은 녹조 확산에 대비해 수돗물 수질관리를 강화한 상태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