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53국 정상 부른 시진핑, 운명공동체 선언한다

입력 2018-09-03 10:13
수정 2018-09-03 14:44
아프리카 53국 정상 부른 시진핑, 운명공동체 선언한다

베이징서 '협력포럼 정상회의' 오늘 개막…대규모 지원 발표 예정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정상을 베이징(北京)에 불러 모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3일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상을 통해 개발도상국 및 다자주의의 리더로 자리매김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중국중앙(CC)방송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중국과 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축과 경제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올해 중국이 주최하는 외교 행사 중 최대 규모다.

시 주석은 운명공동체 제안과 더불어 아프리카 각국 정상과의 연쇄 접촉에서 '경제 지원'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기면서 미국 등 서구의 영향권에 놓인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길 계획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아프리카가 같은 개도국이며 중국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협력만이 상생의 길이라면서 중국과 아프리카가 운명공동체로 외교, 경제, 문화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중국·아프리카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과 아프리카는 일대일로 건설과 아프리카 연맹 목표 등을 결합해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새로운 기회를 불어넣어야 한다"면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상과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구상을 위한 베이징 선언'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베이징 행동계획(2019~2021년)'도 승인해 향후 3년간 협력을 위한 청사진도 내놓게 된다.

중국은 지난 2006년 베이징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요하네스버그 정상회담을 한 뒤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대일로를 내세우며 이번에 또다시 베이징에 아프리카 정상들을 대거 초청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1일부터 거의 매시간 단위로 방중한 아프리카 정상을 만나 농업, 인프라 등 분야의 지원과 더불어 미국을 겨냥한 다자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각국 정상 내외를 위해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함께 만찬 및 문예 공연 관람 등을 하는 등 관련 일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로렌코 앙골라 대통령, 압둘 아지즈 모리타니 대통령 등과 만나 중국이 제안한 일대일로를 협력 모델로 삼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올해 최대 홈그라운드 외교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로 잡은 것은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아 대내외에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과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지도자라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중국이 아프리카를 끌어안음으로써 개도국의 대변자이자 지도국이라는 이미지를 굳혀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아프리카의 신 조공외교라는 비판에 대해 "서구의 얕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비판했으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시 주석과 아프리카 정상 회동으로 지면을 도배하는 등 관영 매체들은 이 회의를 치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다져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대외적으로 미국과 대비되는 개도국의 대변자라는 긍정적인 이미지 각인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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