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 때문에 놓친 금메달…AG대표팀 아쉬운 순간들
사격 진종오·체조 김한솔·유도 안창림·사이클 단체추발 '불운'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일 폐막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선수단은 원래 65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으나, 태권도, 양궁 등 기대 종목의 예상 밖 부진에 목표치를 40개 후반 또는 50개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0개를 못 넘긴 것은 1982년 뉴델리 대회(28개) 이후 처음이다.
불운한 상황이나 사고로 놓친 금메달도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적어도 50개는 채웠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커진다.
사격 황제 진종오(39·kt)는 주최 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 탓에 마지막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을 날렸다.
진종오는 지난달 21일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78.4점으로 결선 진출 8명 가운데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했던 진종오는 아쉬움과 억울함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진종오는 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휩쓴 사격 일인자다. 그러나 유독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화려한 경력에 화룡점정을 찍을 마지막 기회였다.
예선에서는 584점을 쏴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결선 시작 직전 시사(시험 사격) 과정에서 진종오의 집중력을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시사 마지막 발 결과가 선수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진종오는 심판에게 항의했다. 이런 경우 심판은 경기를 중단하고 장치 등에 있는지 확인하고, 선수에게 무제한 시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는 중단되지 않았고, 진종오는 단 한 발의 시사 기회만 받았다.
황당한 상황에 진종오의 집중력이 흔들렸다. 진종오는 본사에서 제 기량을 내지 못했고 금메달을 놓쳤다.
남자 기계체조 김한솔(23·서울시청)은 순간적으로 '인사' 타이밍을 놓쳐 메달 색이 금빛에서 은빛으로 바뀌었다.
김한솔은 지난달 24일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550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14.612점을 받은 섹와이훙(홍콩)과 0.062점 차에 불과했다.
심판이 김한솔에게 준 벌점 0.3점이 치명적이었다.
벌점 이유는 '심판에게 인사를 안 해서'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연기 종료 후 심판에게 묵례로 종료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김한솔은 완벽한 연기에 기쁨을 표현하느라 심판에게 인사하지 못했고, 러시아 심판이 이를 집어내 벌점을 부과했다.
유도 안창림(24·남양주시청)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지난달 30일 유도 남자 73㎏급 결승에서 '천적' 오노 쇼헤이(일본)를 만나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연장전은 시간제한 없이 절반 이상의 기술을 성공한 선수가 승리한다.
연장전 7분 9초, 오노가 허벅다리 후리기를 시도했다. 안창림은 잘 버텼다.
그러나 심판진은 절반으로 인정했다. 경기는 오노의 승리, 안창림의 패배로 끝났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한국 코치진은 크게 반발했다. 안창림은 시상대에서 눈물을 쏟았다.
사이클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다가 불운이 찾아와 금메달의 꿈을 날리는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4명이 트랙 4㎞를 돌며 상대 팀을 추월하는 경기인 남자 단체추발은 지난달 27일 예선에서 아시아 신기록(3분 56초 247)을 세우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
28일 1라운드 경기에서도 대표팀의 기세는 좋았다. 반대편에서 출발한 중국 팀을 거의 따라잡으며 또 다른 신기록을 세우고 승리를 확정하려는 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한국 선수 두 명이 추돌하며 낙차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중 임재연(27·한국철도공사)은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완주하지 못한 한국 남자추발은 결승에 오르지 못해 금메달에서 멀어졌다.
낙담한 사이클 대표팀은 충격을 털어내고 31일 남자 매디슨 경기에 나섰다.
두 명이 교대로 달리는 포인트 레이스인 매디슨 대표로 박상훈(25·한국국토정보공사)과 임재연이 출격하려고 했으나 임재연의 부상으로 박상훈과 김옥철(24·서울시청)이 호흡을 맞췄다.
박상훈과 김옥철은 대회 중반까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며 금메달에 다가서는 듯했다.
그런데 박상훈의 자전거 뒷바퀴 타이어가 터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박상훈의 자전거를 정비하는 동안 김옥철이 홀로 레이스를 펼쳤지만, 그 사이 홍콩이 한국을 따라잡고 금메달을 가져갔다.
두 번이나 다 잡았던 금메달을 허무하게 놓친 사이클 대표팀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