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땅꺼짐' 주변 아파트 주민들 사흘째 '발 동동'
외부 숙식해결·불안감 여전…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서 입주 여부 논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지난달 31일 주변의 땅이 꺼져 긴급대피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의 주민들이 사흘째 외부 숙식을 이어가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아파트의 주민들은 재난안전대책본부가 회의를 열어 입주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2일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아파트 단지로 삼삼오오 모여 결과를 기다렸다.
회의는 근처에 있는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진행되며 1시간30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단지에 모여 결과를 예측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단지 내 놀이터의 난간에 기대 자신의 집이 있는 동을 올려다보던 주민 김 모씨는 다른 주민과 "(기다리기) 지친다"면서 "이럴 것 같으면 진작 7시쯤 발표한다고 알려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단지에 피해 지원을 위해 나와 있는 구청 직원을 향해 "안전 대책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며 수 분 동안 고성을 질렀고, 다른 주민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재난안전대책본부의 회의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회의가 진행된 가산동 주민센터에서는 다른 아파트 주민이 회의에 참석하겠다며 찾아왔다가 구청 직원으로부터 '내부 회의라 참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 주민은 "회의가 어떻게 이뤄지고 의사 결정을 어떤 절차로 하는지 주민도 알아야 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1시께는 한 주민이 땅 꺼짐 현장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신고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구청에 따르면 땅이 꺼진 공사 현장 내 스프링클러에서 누수가 발생해 소음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에 이어 주민 사이 갈등 양상도 보였다. 입주자 대표가 이번 사고 피해를 본 3개 동 주민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온 주민들은 '대우 인재사고 피해주민 대책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이번 일에 직접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 대책위원회 소속인 김모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믿지 못해서 대책위원회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고, 대표인 한 모(45)씨는 "주민들의 안전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 모(52)씨를 비롯한 다른 주민들은 대책위원회가 일부 주민의 동의 없이 구성됐다며 반발했다.
임씨는 "우리 동 주민들은 15일분 거주비를 선지급해달라고 대우 쪽에 요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보상을 받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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