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수술대 오르는 임대사업자 혜택…임대등록자 '혼란'

입력 2018-09-02 15:34
수정 2018-09-03 09:13
8개월만에 수술대 오르는 임대사업자 혜택…임대등록자 '혼란'

"다주택자 투기 부작용 차단" 분석…"정책 일관성 훼손" 우려도

전문가 "6억 초과 양도세 혜택, 단기임대 혜택 축소 등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찬성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돼 정책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임대사업 등록자들은 "우리도 혜택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며 혼란에 빠졌다.

김현미 장관은 이 메시지를 시장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예정에 없던 긴급 오찬 간담회를 자청했다.

전문가들은 "당·정·청이 세제 등을 고치려면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리니 연일 사전 구두개입을 통해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다급함이 읽힌다"고 말했다.

◇ '인센티브로 자발적 임대등록 유도→혜택 축소' 8개월 만에 정책 바꿔

김현미 장관이 지난해 12월 '음지'에 있던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양성화하겠다며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정책을 수정했다.

아직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주무 장관의 작심 발언에 비춰 임대사업자 등록자의 혜택이 종전보다 꽤 줄어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성화기로 한 것은 '음지'에 있던 주택 임대사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고, 무주택 세입자에게는 급격한 임대료 인상 부담 없이 8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주택 임대사업자는 높은 임대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부는 이런 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정정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임대사업을 하라고 길을 열어줬다.

야당 의원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사업 의무 등록제 법안을 발의했던 김현미 장관이 당장 '의무등록'을 도입하기보다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자발적 등록'을 먼저 시행해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놨던 '절충안'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임대등록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새 정부 들어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했을 때에도 주택 임대사업자에게는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양도세 중과 대상 배제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새롭게 내놓은 '당근'은 내년 이후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가 시행됨에 따라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 임대사업자에게 건보료 일부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정도다.

참여정부 이후 답보상태였던 임대사업자 등록은 올해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크게 증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는 총 8만539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7천993명)를 넘어섰다.



과거에도 같은 세제혜택이 있었음도 임대등록이 저조하다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뭘까.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양도세 중과 조치가 부활한 측면이 있고 전산망 통합 등으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현황 등을 훤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더이상 정부 감시를 피해 임대소득을 얻기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임대등록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불패'에 대한 맹신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005940]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많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는 것은 양도세 중과로 퇴로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규제를 할수록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강남 임대등록 증가는 '6억 초과' 양도세 혜택에 '사업자 대출' 합작품

현재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으로 꼽는 종부세 합산배제·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서울·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에만 제공되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상당수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남 요지의 고가 아파트에서 임대사업 등록이 늘고 있다. 전용 85㎡ 이하 주택이라면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도 해당 임대주택에 한해 양도소득세만큼은 절세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기였던 2014년 말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신규 주택을 구입하고 3개월 안에 8년 장기임대주택(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한 조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작년 세법 개정에서 올해 말까지로 시행이 1년 더 연장돼 올해 말 일몰된다.

양도세 면제라는 한시조항과 별개로 전용 85㎡ 이하라면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최대 70%까지 주어지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임대사업자 대출은 고가주택의 임대사업 등록에 날개를 달아줬다.

은행권은 서울 전역의 주택 대출 기준이 강화되자 임대사업자 대출 영업에 열을 올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집값의 80%까지 빌려줘 30억원 아파트는 무려 24억원의 대출이 나온다"며 "은행 대출 상담사가 중개업소를 끼고 한 업소당 20∼30건씩 임대사업자 대출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기존 대출이 많거나 자금이 부족한 경우 임대사업자 대출을 많이 이용했다"며 "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양도세 중과나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은 없지만 양도세 감면 혜택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 기존 임대사업자 "우리도 해당되나" 술렁…전문가 "신중히 접근해야"

김현미 장관의 발언에 당장 주택 임대사업 등록자들은 "기존 등록자들도 해당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 임대사업자는 "등록하라고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혜택을 뺏으려 하다니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는 것이냐"며 "집값 안정도 중요하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임대등록이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입을 되레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면서도 임대사업 양성화와 전월세 세입자 보호 등 정책의 기본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과 임대등록 양성화의 기로에서 주객이 전도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입장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다주택자들이 또다시 집을 사고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을 두고 보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은 "사적 임대시장을 준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임대 주거권을 강화하자던 장관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도 "임대사업자는 사적 임대시장에 전월세 공급을 확대해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세제혜택을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임대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고 전월세 물량 감소로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세제혜택 축소는 되레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만큼 고가주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중단하거나 최대한 축소하고 6억원 초과 임대등록자에게 부여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을 줄이는 것이다.

고종완 원장은 "4년 단기임대는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8년 장기임대는 투기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단기임대의 혜택을 줄이고 장기임대의 혜택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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