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승엽 "박병호, 4번타자 부담 잘 견뎠다"
"프리미어 12, 도쿄올림픽, WBC까지 대표팀 중심 잡아줄 타자"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오랫동안 한국 야구대표팀 중심타자로 뛴 이승엽(42) KBO 홍보위원이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를 고운 눈길로 바라봤다.
"엄청난 압박이었을 겁니다. 상대 전력이 아무리 약해도, 4번타자가 느끼는 책임감은 상당하거든요. 박병호 선수가 잘 견뎠네요."
SBS 특별 해설위원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의 경기를 모두 지켜본 이승엽 위원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감격에 젖었다.
이 위원은 "국제대회에서 개인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표팀 선수 모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말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4번타자 부담을 잘 극복한 박병호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0으로 앞선 3회 중월 솔로 홈런을 쳤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대형 아치였다.
박병호는 B조 3차전 홍콩과의 경기부터 슈퍼라운드 1, 2차전(일본, 중국전)에 이어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박병호의 이번 대회 성적은 24타수 9안타(타율 0.375) 7타점이다. 9안타 중 5개가 장타(홈런 4개, 2루타 1개)다.
이승엽 위원은 "매 경기가 결승전인 국제대회에서 홈런의 효과는 매우 크다. 박병호가 4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대회 홈런 효과'는 이승엽 위원이 증명했다.
이 위원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라운드 결승에서 1-2로 뒤진 8회 초 1사 1루, 이시이 히로토시에게서 우월 역전 투런포를 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도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루,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공략해 역전 결승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 밖에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3, 4위전 결승 2루타, 2006년 WBC 미국전 홈런 등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 위원은 "국제대회에 나서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치를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많은 이가 화려한 순간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화려한 축포를 쏘기 전까지, 이승엽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무릎이 아팠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야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부진했는지 아시지 않나"라고 고백했다.
이승엽 위원은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아시안게임 기간 내내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박병호는 부담감을 떨쳐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박병호는 4번 자리에서 그 무게도 느껴야 했다.
이 위원은 "부담감을 떨쳐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박병호가 더 대견하다"고 후배 칭찬을 이어갔다.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승엽 위원은 박병호에게 또 부탁한다. 이 위원은 "어려운 일인 걸 알지만, 박병호가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 2021년 WBC까지 대표팀에서 중심을 잡아줬으면 한다. 박병호니까,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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