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 JP모건 주식 들고 두차례 금리결정 논란
주식보유, 국내기업은 제한하는데 외국IB주식은 괜찮나…한은 신뢰 영향 우려
임지원 금통위원 "8월 초 처분 완료…이해관계 상충 없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JP모건 주식을 상당규모 보유한 상태로 5월과 7월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원이 국내에 지점을 둔 외국 금융투자회사(IB) 주식을 갖고 금리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이해관계 상충 가능성부터 제도적 허점과 공직자 윤리까지 폭넓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런 논란으로 금통위의 막강한 권위를 지탱하는 국민 신뢰가 흔들릴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만약 한은법 위반으로까지 결론 난다면 상당한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임지원 금통위원은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JP모건 주식을 7월부터 팔기 시작해서 매도 주문을 완료한 날은 7월 27일인데 마지막 주문 중 300주가 오류가 나서 최종 처분일은 8월 7일이라고 밝혔다.
5월 24일과 7월 12일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때는 JP모건 주식을 보유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공개한 재산등록사항을 보면 임 위원은 취임일인 5월 17일 기준으로 JP모건 주식 6천486주, 약 8억원어치를 보유했다.
임 위원은 1999년부터 JP모건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첫 외국계 IB출신 금통위원으로, 은행연합회 추천을 받았다.
JP모건 주식은 일부 급여성으로 받아 보유했으며, 원래 더 많았으나 내정 통보를 받고 취임 전에 절반을 팔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이 JP모건 주식을 보유한 상태로 금통위 금리 결정에 참석한 것을 두고 한은법 위반 논란이 있다.
한은법 제23조에서는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은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고 돼 있다. 금통위 운영규정 제7조를 보면 심의·의결에서 제척되는 금통위원은 이를 의장에게 통지해야 한다.
JP모건은 한은 금리결정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한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지점을 통해 한은과 직접 거래한다.
임 위원은 이해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예금액(약 55억원)이 많으니까 혹시 금리를 올린다면 이자를 많이 받는다고 비판하려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유주식 규모로 보면 JP모건의 '소액주주'일 뿐이라고도 했다.
한은에 따르면 만일 한은법 위반인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다면 최종 판정은 법원에서 내려진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다고 하면 5월과 7월 금통위에서 임 위원의 표는 무효가 된다. 다만, 금통위 금리 결정 자체는 그대로다. 임 위원 표 없이도 정족수가 채워져서다.
또, 한은법 18조에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직무수행이 부적당하게 되는 경우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통위원이 외국 투자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어도 괜찮다고 하기엔 찜찜함을 떨치기 어렵다.
논란 소지를 알고서도 주식 처분을 미뤘다면 공직자로서 자세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임 위원은 JP모건을 퇴사한 상황에서 주식매도를 위한 어카운트를 만들고 국제전화로 문의해가며 근무시간 후에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고 시간이 지체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애초에 직무 관련 소지가 있는 국내 주식의 보유는 엄격하게 제한하면서도 외국 주식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는 공직자윤리법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 취지를 고려하면 최근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2일 한은 안팎에선 금통위원이 이런 논란에 휘말린 것 자체로 금통위 신뢰에 흠집이 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엄청난 권한이 있다.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더군다나 사실상 첫 총재 연임으로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높아지며 국민의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신입행원들에게도 "중앙은행 존립의 근거는 국민의 신뢰이고 사회는 우리에게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자기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엄격한 자기절제를 당부하곤 한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