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박병호·이정후·함덕주 '국제용' 계보 이은 야구 대들보
(자카르타=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야구에 많은 숙제를 남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그래도 얻은 수확이라면 '국제용' 계보를 이은 선수들이다.
그간 KBO리그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이라도 국제 대회에서 맥을 못 추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생소한 투수, 타자들과의 대결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펴지 못해 이름값을 못한 선수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8회의 사나이' 이승엽(은퇴)을 비롯해 이승엽의 뒤를 이은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이병규(LG 트윈스 코치), 박재홍(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 타자와 한국·미국·일본 야구를 섭렵한 투수로 '대성불패'로 불린 구대성(은퇴) 등은 국제 대회에서 한국 야구를 숱하게 구한 '국제용 선수'로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박병호(32)·이정후(20·이상 넥센 히어로즈) 두 타자와 왼팔 함덕주(23·두산 베어스)는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국제용 선수로 자리매김한 선수들이다.
2012∼2015년 KBO리그 홈런왕을 4연패 한 박병호는 답답한 타격으로 고전한 대표팀 타선에서 화끈한 홈런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로 출전한 박병호는 4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4방과 타점 7개, 타율 0.375로 KBO리그 최고 타자의 위엄을 뽐냈다.
그는 1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3회말 중월 솔로포를 날려 쐐기를 박았다. 한 점이 필요할 때 터진 가슴 뚫리는 대포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박병호는 2015년 프리미어 12에도 출전했다.
2년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그는 KBO리그로 복귀한 올해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고 장쾌한 홈런으로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이전 대회에서 홈런 2방씩 터뜨린 박병호는 국제대회 홈런 수를 8개로 늘렸다.
특히 박병호는 대표팀의 구심점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노릇도 했다.
지난달 26일 대만 실업야구 투수들에게 충격의 1-2 패배를 당한 뒤 선수들을 소집해 "다 함께 정말 많이 반성하고 후회했다"고 소개했다.
대만에 패해 이후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른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을 제압해 사실상 결승 진출을 이뤘고, 결승에서도 다시 일본을 만나 더욱 나아진 공수 조직력으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KBO리그 타격 1위(타율 0.378) 이정후는 이제 두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했을 뿐이나 '바람의 아들' 이종범(현 대표팀 코치)의 아들이 아닌 '이정후'로 완전히 독립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까다로운 상대 대만과의 경기에서 도쿄돔 오른쪽 담을 때리는 결승 3루타를 쳐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4세 이하 선수들에 그보다 나이 많은 와일드카드가 출전한 대회에서 '막내'의 결정적인 한 방이 한국을 대만의 늪에서 건져냈다.
부상 선수와 부진한 선수의 대체 선수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막차로 합류한 이정후는 느린 볼, 빠른 볼을 가리지 않고 시원하게 때려내 톱타자로 맹활약했다.
타율 0.417, 7타점, 홈런 2방, 6득점의 성적은 이정후를 이미 국제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타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두산의 마무리 함덕주의 역투 또한 빛났다.
장염에 걸린 KBO리그 세이브 1위 정우람(한화 이글스·31개)을 대신해 대표팀의 뒷문을 잠근 함덕주는 3경기에 등판해 2경기에서 게임을 마무리했다.
벼랑 끝에서 만난 일본을 상대로 위력적인 삼진 쇼를 펼치는 등 4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뽑아내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함덕주 역시 지난해 APBC에서 대표팀에 처음으로 선발됐고 국제대회에서 4⅔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두산의 보물인 함덕주 역시 아시안게임을 거쳐 대표팀의 보물로 공인받았다.
홈런 4방과 11타점을 올려 공포의 9번 타자로 맹활약한 대체 선수 황재균(31·kt wiz)도 제 몫을 100% 이상 해냈다. 황재균은 4년 전 인천 대회에서도 0.667의 호쾌한 타격으로 금메달 수확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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