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장현수에게 독일전 잘하고 같이 물러나자고 했다"

입력 2018-08-31 17:48
신태용 "장현수에게 독일전 잘하고 같이 물러나자고 했다"

축구대표팀 감독 계약 종료 후 월드컵 관련 등 소회 밝혀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전 감독이 월드컵 준비 과정과 본선 때 전술적 선택 이유, 새 대표팀을 위한 조언 등을 담담하게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31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2018 한국축구과학회 주최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나서 이용수 세종대 교수 겸 한국축구과학회 회장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되돌아봤다. 7월말로 대표팀 사령탑 계약이 종료된 신 감독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회를 밝힌 건 귀국 인터뷰 이후 처음이다.

신 감독은 작년 7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지만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전 2-0 승리를 지휘하고도 한국이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바람에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그는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축구팬들의 비난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음을 털어놨다.

'감독으로서 팬들의 질책과 비난에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말에 수비 실수로 팬들의 과도한 비판에 시달렸던 장현수(FC도쿄)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멕시코와 2차전 후 기성용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장현수가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 내가 팀에 보탬이 안돼 독일전에 안 뛰었으면 한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너보다 더하다. 독일전 열심히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같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자고 했다. 그랬더니 장현수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더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부탁하지만 대회 전까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스웨덴과 1차전에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기용한 이유를 묻자 "우리는 전통적으로 동유럽의 신장과 파워에 밀린 적이 많았다"면서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상대에 대비하고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을 활용하려고 했다"고 답변했다.

스웨덴전 때 더 높은 위치에서 전방압박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초반에는 상대 지역까지 올라가서 압박하자고 주문했고, 잘 통해서 상대가 당황하고 힘들어했다"면서 "그러나 박주호가 부상으로 나가면서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스웨덴을 상대로 먼저 실점하면 상대의 골문을 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월드컵 대표팀 소집 때 최종 엔트리 23명이 아닌 28명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선 "23명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지만 김진수, 김민재, 권창훈 등이 다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28명으로 준비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지휘봉을 놓은 그는 한국 축구를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축구 선진국은 월드컵 2년 전부터 준비하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이전 월드컵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월드컵 준비에 들어간다"면서 "갈수록 각 포지션에서 특색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다. 학원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기본기, 스킬 향상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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