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해충 개체 수 늘고 식욕도 왕성해져
수확량 주는데 '엎친 데 덮쳐' 식량난 가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곡물을 갉아먹는 해충이 늘고 이들의 식욕도 더욱 왕성해져 식탁을 위협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BBC 방송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학 커티스 도이취 박사 연구팀은 기온 상승에 따른 밀과 쌀, 옥수수 등 3대 곡물의 해충 피해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곡물 성장에 중요한 시기에 해충 개체 수가 늘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져 더 많은 곡물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해충은 세계 곡물의 10%를 갉아먹고 있는데,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해충에 의한 곡물 피해는 10~25%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도이취 박사는 이와 관련 BBC와의 회견에서 "해충에 의한 피해는 현재 빵 12덩이 중 한 덩이 정도인데 기후변화가 누그러지지 않고 지속한다면 금세기 말에는 두 덩이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해충 38종을 대상으로 기온 상승이 이들의 성장과 에너지 신진대사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곡물에는 어느 정도 피해를 줄 것인지를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결과, 온도가 오르면서 해충 개체 수가 늘고 더 빨리 먹어치워 곡물 피해도 늘어났다. 특히 곡창지대가 밀집한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의 온대지역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해충에 의한 곡물 피해가 50~10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총량으로 따지면 1천600만t에 달한다.
반면 열대지역에서는 기온이 이미 충분히 오른 상태에서 더 오르는 것이라 해충도 줄고 이에 따른 피해도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수확량도 5%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 해충에 따른 곡물 피해까지 더해지면 9명 중 1명꼴로 만성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식량난을 더욱 가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구팀은 해충 증가로 농민들이 환경이나 건강 상의 위험에도 농약을 더 많이 쳐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BBC 방송은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해충을 잡아먹는 무당벌레 등과 같은 생물학적 통제 수단을 확대하거나 경작시기 조정이나 윤작 시행, 해충에 강한 품종 개발 등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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