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시진핑 '아프리카 우군 끌어들이기' 가속(종합)
시진핑, 코트디부아르·시에라리온·소말리아 정상과 연쇄 회담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 내달 3~4일 베이징 개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 및 외교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가속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을 한 데 이어 내달에는 베이징(北京)에서 대규모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어 미국 등 서구의 영향력이 강한 아프리카를 중국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길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힘으로 밀리는 중국으로선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이라는 명분으로 아프리카 등을 결집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겨냥한 발언권 강화를 노리고 있다.
3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강화와 호혜 공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코트디부아르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는 것을 찬성한다"면서 "경제 무역 협력은 양국 관계의 추진체로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계기가 될 것이며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시진핑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과도 회담하고 양국 간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실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시에라리온에 농어업, 의료·위생, 교육, 치안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31일에는 인민대회당에서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과 만나 소말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통해 양국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트디부아르와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대통령이 방중한 것은 내달 3~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참석 때문이다.
이 행사는 중국이 올해 자국에서 개최하는 국제 행사 중 가장 클 정도로 중국 지도부가 직접 나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자국을 찾는 아프리카 고위급 관리들에게 중국 고속철도와 최첨단 공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게 하면서 일대일로 참여를 종용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이집트, 콩고 등 30여개국의 아프리카 정상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2일에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장관급 회의'를 열어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지난 30일 아프리카의 기반 시설, 산업화 건설과 에너지 및 자원 개발에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 행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보호주의 반대'를 외침으로써 '자유무역 전도사'로 또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해외 순방에 나서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국빈 방문하고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기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제 협력이라는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안기면서 '보호주의 반대'라는 동의를 끌어냄으로써 우군 전선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이번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2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을 위협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는 기회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자유무역을 외치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면서 "아프리카 정상들을 모두 모아놓고 베이징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중국으로선 미국을 겨냥해 자신의 정당함을 선전하기에 더 없는 좋은 기회로 보고 최대 규모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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