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5마리…말레이서 멸종위기 피그미 코끼리 연쇄 의문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령 보르네오 섬의 멸종위기 동물인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가 잇따라 사체로 발견돼 현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31일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바 주 야생당국의 오거스틴 투우가 국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올해 들어서만 25마리의 피그미 코끼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역대 최다 규모"라면서 지난 8년간 100마리가 넘는 피그미 코끼리가 폐사하거나 밀렵됐다고 말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기종(Endangered)인 피그미 코끼리의 야생개체 수는 1천500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당국은 죽은 코끼리들의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상아를 노린 밀렵과 달리 사체를 훼손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과거 사람이 살지 않던 오지까지 인간의 활동범위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서식지가 위축된 피그미 코끼리와 갈등을 빚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르네오 섬의 열대우림 주변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대규모 팜오일 농장이 산재해 있다.
오거스틴 국장은 피그미 코끼리들이 숲을 벗어나 팜오일 농장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잇단 죽음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작물을 망가뜨린데 대한 보복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5일에는 보르네오 섬의 한 팜오일 농장에서 머리에 총상이 있는 암컷 피그미 코끼리의 사체가 나왔다. 지난달 16일에는 또 다른 농장에서 덫에 걸려 발을 심하게 다친 수컷 피그미 코끼리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외상 없이 폐사한 코끼리들의 경우 독약을 먹었거나 농장 내에서 풀을 뜯다가 제초제와 농약 등에 지나치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바주 관광·문화·환경부의 크리스티나 류 장관은 피그미 코끼리의 잇따른 죽음을 좌시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코끼리 전문가들이 현장에 파견됐고, 특별 조사팀도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의 비협조적 태도 등을 고려하면 진상을 밝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바 주 당국은 5년 전 피그미 코끼리 밀렵 신고에 대해 12만 링깃(약 3천200만원)의 포상금을 신설했지만, 지금껏 단 한 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피그미 코끼리는 다 컸을 때 키가 2.4m 정도로 작고 덩치에 비해 큰 귀 때문에 '덤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 코끼리는 상아를 노린 불법 사냥과 팜오일 농장 확장 등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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