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투족이 로힝야족?'…미얀마군, '진실규명' 책에서 사진조작

입력 2018-08-31 11:03
'후투족이 로힝야족?'…미얀마군, '진실규명' 책에서 사진조작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 및 인종청소 의혹을 근거 없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해온 미얀마 군부가 진실을 알리겠다면서 발간한 책에서 사진을 조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발생한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관한 진실을 밝히겠다며 '미얀마 정치와 탓마도(군부)' 1권을 발행했다.

군부는 117쪽 분량의 이 책에서 로힝야족이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자국 영토에 유입된 불법 이민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과 불교도 간의 유혈 충돌 역사도 다뤘다.

문제는 로힝야족의 '과거'를 언급한 부분에 등장한 흑백 자료 사진들이다.

책을 제작한 미얀마군 공보·심리전부는 1940년대 소수민족 폭동을 다루는 부분에서 얕은 물 속에 잠긴 2구의 시신과 그 옆에서 농기구를 든 남성의 사진을 곁들였다.

군부는 이 사진에 '벵갈리(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칭하는 속어)가 소수민족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라는 설명을 영어와 현지어로 실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을 상대로 독립 전쟁을 치를 당시 파키스탄군에 의해 사살된 벵골인 사진으로 확인됐다.

또 군부는 자전거에 짐을 싣거나 머리에 보따리를 인 사람들의 행렬이 담긴 다른 사진에 '영국 식민지배 후 미얀마로 유입되는 벵갈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퓰리처상 사이트에 따르면 이 사진은 1996년 르완다를 탈출하는 후투족 난민들을 탄자니아에서 촬영한 것이다.

군부는 또 다른 사진에 방글라데시로부터 미얀마로 유입되는 로힝야족의 모습이라는 설명을 붙였지만, 정작 이 사진은 미얀마를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70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로힝야 반군 소탕전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발간된 책의 내용은 군부 측 '진실 뉴스 정보팀'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군부 측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학살 및 학대 주장을 반박하고 '벵갈리 테러범'에게 폭력의 책임을 돌리는 한편 과거 민족 및 종교 분쟁에서 로힝야족의 과오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저자인 초 초 우 중령은 "벵갈리들은 미얀마에서 정치적 격변이나 소수민족 간 무장 충돌이 있을 때마다 기회를 잡으려 했다. 그들은 미얀마 민주화 초기의 불확실성을 종교적 충돌을 유발하는 데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일반 서점에서도 판매되는 책 속 사진이 조작된 데 대해 미얀마 정보부의 묘 민트 마웅 사무차관은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

또 저자는 물론 미얀마 정부의 저 타이 대변인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양곤 시내 최대 서점인 인와에에서는 지난달 주문한 50권이 모두 팔려 나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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