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장인의 살신성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베니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름이 영화의 보증수표인 배우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브루스 윌리스다.
'다이하드 시리즈'로 액션 장인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식스 센스'로 연기력까지 입증한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영화라면 적어도 '푯값은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그가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베니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다만 '다이하드' 같은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다이하드'가 테러집단의 위협으로부터 세계 평화를 지키는 영웅 존 매클레인 형사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작은 'B급 감성'을 잔뜩 버무린 생활밀착형 범죄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베니스'가 영화 제목이지만 배경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의 '베니스 비치'다. 제목에서부터 B급 감성의 위트를 녹여 넣은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스티브'는 '베니스 비치' 유일의 사설탐정이다. 말이 사설탐정이지 온갖 일에 다 기웃거리는 오지랖 넓은 동네 아저씨에 가깝다.
그의 유일한 낙은 여동생 '케이티' 집에 들러 반려견 '버디'와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나 케이티 집에 도둑이 들고 만다. 도둑은 TV와 비디오 게임기는 물론 버디까지 데려간다.
스티브는 CCTV를 확인해 도둑을 잡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버디는 마약 거래 조직의 보스 스파이더(제이슨 모모아 분)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스파이더를 찾아간 스티브는 버디를 돌려달라고 굴욕적으로 빌어보지만, 스파이더는 도둑맞은 자신의 마약을 찾아오면 버디를 돌려주겠다고 한다.
그 와중에 의뢰인의 여동생과 눈이 맞아 하룻밤을 보냈다가 덩치가 산만한 의뢰인에게 쫓기는가 하면, 자신의 건물에 낙서한 범인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혼 위기에 처한 절친 '데이브'(존 굿맨)의 이혼 소송에도 끼어든다.
공교롭게 브루스 윌리스는 배우로 데뷔하기 전 사립탐정 조수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경험을 살려 능청스러운 퇴직 형사 출신 사립탐정 스티브 역을 맛깔나게 소화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액션 스타지만 어깨에 힘을 쭉 빼고 굴욕 연기도 마다치 않았다. 영화 초반 의뢰인의 여동생과 불장난을 저질렀다가 알몸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은 저렇게까지 망가질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브루스 윌리스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노익장 액션 스타라면 스파이더 역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는 떠오르는 차세대 할리우드 액션 스타다.
'마블'과 함께 슈퍼 히어로계 양대 산맥을 이루는 'DC 유니버스'에서 '아쿠아맨'으로 활약 중인 제이슨 모모아는 험악한 외모와 달리 약속은 지키는 의리파 순정남 면모를 보인다.
엄연히 범죄 액션 영화인 만큼 마약상과 갱단이 등장하고 맨손 격투와 총격전, 자동차 추격전도 벌어지지만 이마저도 유머로 풀어낸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나쁜 놈' 하나뿐이다.
러닝타임 94분 동안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브루스 윌리스의 개그 액션을 즐기면 되는 킬링타임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모델 제시카 고메즈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9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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