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살리에리?…고정관념 깨는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내달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각각 '타고난 천재'와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노력파 2인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러나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9월 12~16일 서울 광화문 세종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오늘날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이들의 라이벌 구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은 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살리에리의 캐릭터가 다소 왜곡돼 있다"며 "살리에리는 당대 여러 작곡가의 존경을 받는 선생이었으며, 모차르트와도 질투나 경쟁의 관계가 아녔다"고 소개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대중들이 '세기의 라이벌'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희곡에 기초한 피터 셰퍼의 연극 '아마데우스'(1978)와 밀로시 포르만의 동명 영화(1984)의 영향이 크다.
영화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해 독살한 것처럼 그렸지만, 둘의 관계는 라이벌이 아닌 동료에 가까웠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 모차르트는 죽기 6년 전인 1785년 살리에리 및 '코르네티'로 알려진 미상의 음악가와 성악곡을 공동 작곡하기도 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아예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한 무대에 올린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각각 만든 오페라 '극장지배인'과 '음악이 먼저, 말은 그다음'을 1막과 2막으로 한 무대에 엮는 것이다. 작품이 만들어진 당대 상황을 패러디하며 두 사람의 관계도 새롭게 그린다.
18세기 오스트리아 빈은 예산 부족 혹은 후원자의 무리한 요구로 졸속 작품을 발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이 때문에 당시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는 '당대 오페라계 풍자'를 주제로 짧고 재밌는 오페라를 만들라는 명을 내리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경연 대회에서 각자의 작품을 선보인다.
1막에서 모차르트는 후원자의 소개로 성악가 오디션을 치른다. 그러나 소프라노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서로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2막에서 살리에리는 나흘 만에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대본작가를 만나 완성된 음악에 맞는 가사를 붙여 달라 부탁하고, 두 사람은 '음악과 가사 중 무엇이 우선인가'를 두고 씨름한다.
이 단장은 "이들의 대결로 볼 수 있지만, 동시대를 사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상생하고 협력하는지를 그리고 싶었다"며 "각색 작업을 통해 마지막에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장영아 연출은 "개인적으로는 경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결국 무의미하고 모두의 개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에 메시지를 뒀다"고 설명했다.
지휘자 구모영과 오케스트라 '디 피니'가 음악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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