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호도르콥스키 "'러시아 용병 취재' 지원 중단"
중앙아프리카서 러 언론인 피살 여파…"보상금 걸고 범인 색출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들의 해외 활동 취재에 자금을 지원해온 망명 러시아 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가 지난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서 발생한 3명의 러시아 언론인 피살 사건과 관련, 취재 활동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현지 언론 RBC 통신 등에 따르면 호도르콥스키는 29일 자신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MBX-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자신이 설립한 '탐사운영센터' 소장(편집장) 안드레이 코냐힌을 해임하고 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호도르콥스키는 "확보한 모든 자료 검토와 경험 많은 탐사 전문기자들과의 논의 결과 중아공 취재 준비의 핵심적 실수가 현지 인력 고용에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 실수에 대한 책임은 부분적으로 탐사운영센터의 프로듀서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분적 책임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이번 상황에서 너무나 큰 것"이라면서 "센터 편집장 코냐힌을 해임하고 센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후원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취재팀이 계획된 작전의 희생양이 됐다는 근거를 갖고 있다"면서 "중아공에서 범죄 정보 제공에 보상금을 걸었다. 올해 말까지 조사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언론인 살해 책임자 색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중아공에 입국한 기자·PD·카메라맨 등 3명의 러시아 취재단이 남동부 도시 시부트를 떠나 취재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모두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호도르콥스키가 운영하는 탐사운영센터와 연계해 중아공에 파견된 러시아 민간군사회사(용병업체) '바그네르' 관련 취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은 언론인 살해 사건에 취재팀을 태우고 갔던 운전사 등을 포함한 현지인들이 연관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때 러시아 최고의 석유재벌이었던 호도르콥스키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을 하다 지난 2003년 체포돼 사기와 탈세, 횡령 등의 죄로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 뒤 풀려나 해외에 망명 중이다.
그는 해외에서도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비리를 폭로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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