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北리설주…올해 김정은 경제시찰 수행 6년치보다 많아

입력 2018-08-30 18:01
달라진 北리설주…올해 김정은 경제시찰 수행 6년치보다 많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여사가 올해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현장 시찰활동에 동행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지난 6년 치 동행 횟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연합뉴스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리 여사의 공개활동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공개활동 횟수는 20회로 집계됐다.

이 중 1건을 제외하면 모두 김 위원장과 동행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에 배우자인 리설주 여사가 함께하는 것이 이례적이지는 않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올해 들어 동행 횟수가 과거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중앙통신이 '현지지도'라는 표현으로 소개한 김 위원장의 올해 경제현장 시찰활동 중 리설주 여사가 수행한 경우는 총 8회였다. 리 여사의 공개활동 중 절반에 가까운 40%가 김 위원장 시찰 수행에 집중된 셈이다.

이는 2012∼2017년 리 여사의 경제시찰 수행 횟수(7회)보다 많은 것이다. 비율로 따져봐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총 71차례 공개활동 가운데 경제현장 시찰 동행 횟수는 10%에 못 미쳤다. 대부분 참배나 연주회 및 경기 관람과 같은 정치·경제적으로 상징성이 크지 않은 의례적 행사에 동행했다.

북한이 최근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김 위원장도 각종 사업부문을 적극적으로 시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 연말까지 리설주 여사의 시찰현장 동행 횟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퍼스트레이디로서 달라진 리 여사의 입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리 여사가 수행한 경제사업 현장이 대부분 신의주화장품공장, 금산포젓갈가공공장,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 등 경공업 중에서도 인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올 초 김 위원장의 방중을 비롯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북한의 외교일정이 바쁘게 굴러가는 사이 리설주 여사의 호칭을 한동안 '여사'로 부르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동지'로 부르기 시작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퍼스트레이디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정책에 직접 개입하진 않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는데, 리설주도 직접 개입을 하진 않더라도 단순 배우자에서 다른 역할로 변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외교적 격식에 걸맞은 '여사'라는 호칭을 부여해줬지만, 지금은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동지'란 호칭을 통해 실질적인 수행자라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홍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김정은 위원장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코드 읽기'라는 보고서에서 노동신문 기준 최근 총 30회의 현지지도 중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30회, 황병서 당 제1부부장이 27회, 오일정 당 부부장이 20회, 김용수 당 부부장이 20회 수행하며 이들 4인방이 사실상 현지지도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내부적인 단속, 통치, 경제 관련된 '내치 디자인'은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해당 인물들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전 사업 정형을 미리 파악하고 계획하는 등 실무적인 관리를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