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의 여성 교육수장 과제 산적…교육개혁 완성은 '미지수'
대입개편 후폭풍 수습 급선무…교육정책 신뢰도 제고 나설 듯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되면서 산적한 교육 현안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등 현 정부의 교육공약이 이미 상당히 후퇴한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적극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교육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김상곤 부총리의 교체설이 돌 때마다 차기 부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3년부터 줄곧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 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내 왔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가 취임하면 여성으로서는 김옥길(1979∼1980)·김숙희(1993∼1995) 장관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 교육부 장관이 된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유 후보자가 해결해야 할 가장 급한 숙제는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이로 인한 후폭풍을 수습하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하려다 여론 반발에 부딪힌 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거쳐 이달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데다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수능전형을 30%까지 늘리도록 '권고'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면서 보수·진보성향의 교원단체와 시민단체가 모두 비판의 날을 세우는 상황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수능 절대평가가 사실상 무산된 것은 물론,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추진 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학교생활기록부 개선 역시 최소한의 범위에서 진행됐다.
교육공약이 잇따라 후퇴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진보성향 교육단체 21곳은 아예 교육부의 정책 공론화 절차인 '숙려제'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우군으로 인식됐던 진보성향 교원·시민단체가 교육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은 교육부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유 후보자가 '진보 교육계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존에 추진했던 교육공약을 다시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능 절대평가가 무산된 데다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등은 이미 차기 정부인 2025년으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고교체계 개편 역시 자율형사립고가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 교육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특히 김상곤 부총리가 대입개편 과정에서 십자 포화를 맞은 점,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들이 현 정권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던 점 등을 고려하면 2025년 대입개편 논의도 섣불리 시작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높이기, 온종일 돌봄체계 정비, 고교 무상교육, 사교육비 부담 경감 등 민생형 정책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정책의 신뢰도 제고가 숙제다.
교육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잇따라 혼선을 빚은 이후 주요 정책에 대한 공론화(숙려제)를 택했지만 오히려 교육부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유 후보자가 전문성과 현장의 의견수렴 절차 등을 두루 고려한 의사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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