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사훈련 매티스 발언은 6월 미 국방부 성명에서 불변
매티스 브리핑 문답 면밀히 보면 '북미 협상에 달렸다'에 방점
"더 이상 훈련중단은 없다"는 과잉 해석…"현재 결정도 논의도 없다"는 뜻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한미 간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의 중지/재개 문제 발언에 대한 해석이 처음엔 '재개할 수 있다'에서 하루 만에 '(계속) 중지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매티스 장관의 2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 내용을 두고 "재개 쪽으로 문을 열어놓았다"(뉴욕타임스)는 정도의 해석을 넘어 한국에선 "더는 중단하지 않는다"는 단정이나 "북한에 대한 군사 압박"과 "한국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29일 국방부 성명을 통해 "앞으로(any future) 훈련을 중단하는 것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고 자신의 발언의 뜻을 명확히 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새벽 시간에 '백악관 성명'이라는 제목을 붙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 시점에서 한미 합동 군사연습에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재개'로 단정하는 것을 차단했다.
곧바로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 일본과 합동 연습을 즉각 시작할 수 있고, 그러면 과거 어느 때보다 대규모가 될 것"이라고 덧붙이긴 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규모로 재개' 가능성에 방점이 있기보다는 중지/재개의 결정 권한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으며 자신은 하면 더 크게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영역 표시'와 과시 행위로 읽힌다.
사실 매티스 장관의 28일 언론 브리핑 내용은 애초부터 '북미 핵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재개될 수도 있고 다시 중지될 수도 있는데, 어떤 것이든 국무부의 대북 협상을 돕는 차원에서 결정이 이뤄질 것이며, 이는 앞으로 국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재개와 중지 양쪽으로 다 문을 열어둔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외 언론 대부분이 재개 쪽으로 해석하게 된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시키는 등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상황 때문이다.
"더 이상 훈련을 중지한다는 계획이 현 시점엔 없다(We have no plans at this time to suspend any more exercises)"라는 표현 자체가 브리핑에서 기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면이 있었다. "무슨 뜻인지 명확히 설명해달라…이전에 추가 중단 계획이 있었는데 (그것을 취소하는)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매티스 장관은 29일 성명에선 "앞으로 훈련을 중단하는 것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no decisions have been made about suspending any future exercises)"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재개와 중단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이 좀 더 명확해진 셈이다.
사실, 매티스 장관의 28일 언론 브리핑이나 29일 성명은 지난 6월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이 을지프리덤가디언 실시 계획의 전면 중단을 발표하면서 "이후의 군사연습들에 대해선 어떠한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서 변한 게 없다. 미국의 ABC방송도 이 점을 지적했다.
◇매티스 장관 언론 브리핑 중 한·미 연합훈련 관련 문답 녹취록 요지
--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최근 뉴스가 있는데 한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할 때라고 보느냐
▲매티스 = 한반도에서 군사훈련 중단 정책에 관해 한 말씀드리겠다. 우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선의의 조치로 여러 가지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미 중단한 것 외에) 더 이상 훈련을 중지한다는 계획이 현 시점엔 없다.
내가 이미 말한 것처럼 우리는 국무장관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확실히 해줌으로써 그의 (비핵화) 노력을 강화해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더 이상의 중단에 관해 논의하는 게 없다.
-- 그게 현실적으로 무슨 뜻인가? 다음 훈련은 언제 한다는 것인가?
▲우리가 대규모 훈련을 여러 개 중단했지만 나머지 다른 훈련들은 중단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선 늘 훈련이 계속돼 오고 있다. 여러분이 그 훈련들에 대해 별로 들어보지 못한 이유는 북한이 그 훈련들에 대해 협상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오해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뜻)
현실적으로 무슨 뜻이냐 하면, 우리가 현 시점에서 그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변화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내년 을지-프리덤 가디언과, 독수리 훈련(Foal Eagle) 등 북한군의 동계훈련이 끝나는 시점에 예정된 한·미간 모든 훈련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냐
▲현 시점에서 그에 관해 결정된 게 없다. 앞으로 국무부와 협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 "더 이상 훈련을 중지한다는 계획이 현 시점엔 없다"는 장관의 말 뜻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묻는다. 이전에 중단 계획을 세웠었는데 거기에 (중단을 취소하는)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냐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지시로 여러 가지 훈련을 이미 중단했다. 다른 훈련들의 중단에 대해선 계획을 세운 게 없다.
--처음 훈련 중단 결정은 선의의 표시였다고 했는데, 현 시점에서 더 이상 훈련의 중단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악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냐
▲아니다. 전혀 아니다. 당시는 (우리가) 선의의 목적으로 중단했다는 말일 뿐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연습을 "도발적"이라고 했기 때문에, 미국이 대규모 군사연습을 다시 하면 도발적인 게 되겠다. 그렇지 않은가
▲아니다. 우리는 선의의 표시로 여러 가지 군사연습을 중단했다. 우리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그러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미래를 헤아려 볼 것이다.
--미국이 내년에 예년처럼 다시 군사연습을 실시하면 이제 도발적인 행동이 되는가?
▲(내년 군사연습 재개 여부를 결정할 협상 전망에 대해선) 내가 예언 구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 협상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 이런 방식의 질문엔 답하는 것 자체가 협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외교관들이 일을 진척시키도록 놔두자. 그들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얼마나 엄중한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만큼, 내가 오늘 거듭 말했듯이 외교관들을 지원해나갈 것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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