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찰, 인권운동가 5명 체포에 '마녀사냥' 반발 확산
경찰 "공산 반군 연루 혐의"…야권·시민단체에 대법원까지 비판 목소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경찰이 저명한 인권운동가 5명을 체포하자 비정부기구(NGO)와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인도 대법원도 "반대 의견은 민주주의의 안전밸브"라며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경찰은 지난 28일 뉴델리, 뭄바이 등에서 노동 운동가 수다 바르드와지, 좌파 시인 바라바라 라오,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가우탐 나브라카 등 5명을 일제히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달리트(불가촉천민) 시위와 관련해 이들이 마오쩌둥주의 공산 반군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인도 마오주의 반군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목표로 1960년대 후반 활동을 개시했으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금도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마오주의와 연관된 인권운동가들이 달리트를 선동해 폭력 시위를 조장했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시민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위가 일어난 지 8개월이나 지난 뒤에 뒤늦게 정부가 인권운동가 체포에 나선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반대 세력의 목소리를 탄압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인권운동가 체포에 대해 "이것은 정치적 마녀사냥인가"라는 제목으로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인도 지부 사무총장인 아카르 파텔은 미국 CNN방송에 "체포된 이들은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해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체포한 것은 핵심 인권 가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연방 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도 트위터를 통해 "모든 NGO를 폐쇄하고 모든 활동가를 체포해버려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정치전문매체 더프린트의 편집장인 셰카르 굽타도 인권운동가들의 체포를 매카시즘에 비유하며 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매카시즘은 1950년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사냥 광풍'을 말한다.
인도 대법원도 경찰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29일 이번 인권운동가 체포에 대한 반대 청원을 심사하면서 다음 달 6일 심리가 열릴 때까지 경찰 구금 대신 가택연금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반대 의견은 민주주의의 안전밸브"라며 "안전밸브가 허용되지 않으면 압력솥은 터져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수도 뉴델리 등 곳곳에서는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도 열리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체포는 잘못됐으며 인권운동가들은 즉시 풀려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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