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vs'주민숙원사업비'…시의원 재량사업비 논쟁 가열
시민단체 "집행부 감시 기능 약화, 부패 소지" 폐지 요구
청주시 "획일적 기준 폐지 등 제도 개선 모색" 한발짝 후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초선 청주시의원들이 집행부에 폐지를 요구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예산'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시민사회단체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예산이 2014년 폐지된 시의원 재량사업비의 이름만 바뀐 것으로, 사실상 시의원들이 지역구에 생색내며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주장한다.
집행부는 시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일정액의 예산을 세워주는 대신, 시의회의 감시·견제의 날을 무디게 할 수 있는 '검은 거래'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반면 청주시는 지역 사정에 밝은 시의원들이 제출한 주민 숙원 사업을 주민참여예산제라는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과거 시의원 재량사업비와는 완전히 성격도 다르고, 문제될 것도 없다고 반박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청주시, 시의회가 뒤엉켜 공방을 벌이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논란은 지난달 촉발됐다.
청주시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의원들에게 하반기 필요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을 1인당 5천만원 범위 내에서 신청하라고 요청하면서다. 시는 내년도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도 시의원 1인당 1억5천만원 범위에서 9월 초까지 신청하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초선 의원 5명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 의원과 정의당 이현주 의원은 지난 1일 성명을 내 "시의원 1인당 특정 금액을 배정하는 주민숙원사업은 주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수렴 과정 없이 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하재성 시의회 의장은 "지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반박했고, 청주시도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을 시의원 재량사업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시의원들이 해당 부서에 사업을 건의하면 시급성·타당성을 검토해 가용재원의 범위 안에서 심의 조정해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는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했던 과거 시의원 재량사업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선 시의원들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폐지 요구에 시민사회단체가 가세하면서 반격이 만만치 않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 "재량사업비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는 예산 편성 과정이 불투명해 시의원 쌈짓돈처럼 쓰일 가능성이 크고 사실상 시의원의 의중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예산 집행 과정에서 리베이트 수수 등 부정부패에 연루될 개연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충북 28개 단체로 구성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30일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연대회의는 이날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해 "집행부 예산편성권과 시의회 예산심의권의 경계와 역할을 허무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폐지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면서 "청주시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폐지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시민들이 동참하는 폐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연간 1억5천만원이라는 일괄적인 범위를 정해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하라는 식의 기준안을 없애고 시의원들이 필요하면 해당 부서에 직접 필요한 사업 추진을 건의하는 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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