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명 사상 '의정부 화재' 실화자 금고 1년 6월
건축주 징역 4년 6월·감리자 징역 4년 '법정구속'
법원 "부실 설계·공사…화재 확산·피해 확대 책임"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3년 전 13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 화재' 참사와 관련 실화자에게 금고 1년 6월이 선고됐다.
부실 공사를 한 건축주이자 시공자에게는 이보다 무거운 징역 4년 6월이, 불법을 알고도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감리자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방화구역 등이 포함된 설계도면대로 건물을 짓지 않은 데다 부실한 감리로 불이 확산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컸다"고 판단, 이같은 1심 결론을 내렸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박정길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김모(57)씨에게 금고 1년 6월과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건축주 서모(65)씨에게 징역 4년 6월을, 피고인 감리자 정모(52)씨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들 3명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씨는 키 박스를 라이터로 가열하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 134명의 사상자를 내 그 결과가 매우 중하다"며 "그러나 과실이 복합적인 점, 깊이 반성하는 점, 건강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서씨는 설계도면대로 공사하지 않고 정씨는 이를 묵인, 방화구역과 방화문 자동 닫힘 장치 등 화재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불이 확산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엄중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은 소방헬기 프로펠러가 일으킨 하강 풍이 불을 키웠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돼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방헬기가 건물 위에 정지해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프로펠러 하강 풍이 불길을 키웠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소방헬기 도착 전 불길이 이미 확산한 상태여서 정지 비행이 다소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잘못이 면책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정부 화재 참사는 2015년 1월 10일 '필로티' 구조의 10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입주민 5명이 숨지고 129명이 부상했다. 불길이 건물 내부에서 확산하고 옆 건물로까지 번져 피해가 컸다.
불은 김씨가 1층 주차장에 세워 둔 오토바이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키가 얼어 잘 빠지지 않자 키 박스를 라이터로 가열, 키를 뽑은 뒤 곧바로 건물로 올라갔다.
검찰은 김씨가 라이터로 가열할 때 키 박스 내 전선 피복이 벗겨져 전기 합선이 일어나면서 불이 난 것으로 판단했다.
불은 1층에서 시작됐지만 건물 내부로 화염과 유독가스가 번졌고, 또 다른 갈래의 불길은 스티로폼을 이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확산했다.
화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실시공, 감리보고서 허위작성, 불법 개조, 화재 안전시설 미비, 안전점검 기록 허위작성 등이 드러났다.
이에 실화자 김씨와 건축주 서씨, 감리자 정씨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소방공무원 등 5명은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법정 구속된 3명 외 재판에 넘겨진 건축사 등 7명은 이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또는 벌금 100만∼7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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