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세계 최초로 모든 학생에게 생리대 무상 지급
'생리 빈곤' 해결 목적…"세심하고 존엄한 방식으로 제공"
"英 여자아이들 중 10% 이상 낡은 옷·신문지로 생리대 대용"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세계에서 최초로 모든 학생에게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지난 24일 520만 파운드(약 75억2천만원)를 투입해 9월부터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39만5천 명에 이르는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인 생리용품을 매달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학생들이 생리용품을 살 형편이 안돼 생리 기간 수업을 빠지는 등 학업에 지장을 받는 '생리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에일린 캠벨 스코틀랜드 공중보건장관은 성명에서 "스코틀랜드처럼 부유한 나라에서 누군가 기본적인 위생용품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투자는 이 필수적인 제품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세심하고 존엄한 방식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학생들이 더 쉽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영국의 다른 지역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플랜인터내셔널UK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젊은 여성들이 생리 기간 생리용품을 사지 못해 정기적으로 학교에 빠지고 있다.
또 여자 어린이 10명 중 1명 이상은 낡은 옷이나 신문지 등으로 생리용품을 대신해야 했다.
아일랜드 노동당의 킹스턴 디어드리 대변인은 아일랜드에도 스코틀랜드와 같은 정책을 도입하고 대상을 저소득 여성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여성을 위한 자선단체들은 영국에서 위생용품에 적용되고 있는 5% 과세 정책을 폐지하기 위해 운동을 벌여왔지만,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EU) 규정에 위생용품이 '사치, 비필수' 용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의 이번 정책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좀 더 열린 대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평가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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