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사훈련 발언 하루만에 '톤다운'…北 어르며 中 때리기
트위터에 백악관 성명 '셀프발표'…강온양면서 압박하는 '거래의 기술'
北 달래며 협상동력 이어가기…매티스도 "군사태세 변한 것 없다" 진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북 압박의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지 닷새 만에 트위터에 백악관 성명을 '셀프 발표'하고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해 직접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전날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고리로 북한을 향해 '강온 양면'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 주목된다.
'지금 당장은 재개하지 않는다'는데 무게를 두면서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즉각 재개할 수 있다는' 식의 여지를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한미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의 전날 발언이 연합훈련 재개 시사로 해석되는 등 진의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하루 만에 '즉각 재개설'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취소와 그 도화선이 된 '김영철 편지' 파동으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연합훈련 재개 문제로 판이 한 번 더 출렁이자 '빰치고, 어르고, 달래는' 병행전술로 수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서 상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북 메시지는 '연합훈련 중단 일단 유지' 입장을 밝히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재차 거론하는 등 전반적으로 북한을 끌어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을 향해서는 북미협상 교착의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분리대응'을 꾀하는 모습이다.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북·중 관계에 '균열'을 내고 '이격'을 시도함으로써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입김을 차단하고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를 강화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의 수위를 조절하고 협상 부진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며 대립전선의 주축을 미·중관계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트위터에서 자금, 연료, 비료, 공산품 등 분야별로 하나하나 꼽아가며 중국의 '대북 제재 누수'를 지적하면서 북한이 이러한 중국 의존도 때문에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 아래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훈훈한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돈을 투입해 연합훈련을 재개할 이유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마음만 먹으면 즉각 재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으며, 이 경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경고장도 동시에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환상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과 관련한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탓에 상황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중국이 무역전쟁을 치르는 미국을 상대로 지렛대를 높이기 위해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무기로 비핵화 협상 판을 좌지우지하려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북한이 그 페이스에 끌려가고 있다는 논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들이댔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는 북한에 대한 '배후조종'을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 판에서 빠지라는 경고 메시지를 재차 발신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무역 분쟁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지난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 '선(先) 미중 무역전쟁 해결 - 후(後) 비핵화 협상'의 연계를 시사했던 것의 연장 선상에서다.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곧바로 연합훈련을 재개하지는 않을 테니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당근'과 함께 실질적 초기 비핵화 조치 등이 계속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초강경 대응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채찍'을 동시에 내민 셈이다.
특히 '비핵화 협상이 결딴 날 수 있다' 등 적대적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비밀편지'가 전해진 이후 백악관과 행정부의 대북 기류가 크게 경색됐던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판을 깨지 않고 북한을 달래며 협상 동력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지난 24일 방북취소 당시 북한의 비핵화 부진을 처음으로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에서는 북한을 비판적 표현을 아예 거론하지 않으며 여전한 신뢰를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매우 도발적'이라는 이유와 '엄청난 비용'을 들어 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했던 자신의 '싱가포르 약속'을 일단 지킴으로써 신뢰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막대한 돈을 들여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궤도수정'을 할 정도로 북미간 긴장이 위험수위로 치닫지는 않았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이 이날 성명을 내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군사적 태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흐름과 보조를 맞춘 차원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냉·온탕을 오가는 듯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폭'에 대해 일각에서는 철저한 계산 하에 이뤄지는 전략 내지는 강온파 간 역할분담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공'을 넘김에 따라 이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 이후 미국의 '군사적 행보'와 제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방북 취소 자체에는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신고의 선후관계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양측이 쉽사리 접점을 마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시각이 워싱턴 내에서 우세한 편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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