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동맹과 무관…되돌릴수 있다"(종합)

입력 2018-08-30 16:35
수정 2018-08-30 17:36
문정인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동맹과 무관…되돌릴수 있다"(종합)

'종전선언 4대 요소론' 주창하며 美 조야 우려 불식 시도

"남북미중 유엔서 종전 선언하면 멋질 것…한반도 평화에 획기적 이벤트"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9일(현지시간)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 관련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받아줄 경우 주한미군 철수, 나아가 한미동맹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미 조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교착 국면인 북미 대화에 물꼬가 트이려면 북한은 핵물질 생산 중단과 핵 신고를 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에 응하는 방식으로 북미 간 동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특보는 특히 '종전선언 4대 요소론'을 주창하며, 종전선언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선언의 첫 번째 측면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째인 전쟁 상태를 '상징적인' 차원에서 종식하자는 것이며, 둘째는 남북 및 북미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셋째는 법적 효력이 있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군사분계선(MDL)과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마지막으로 비핵화와 평화체계를 연계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한미가 긴밀한 협의를 하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특보는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도 종전선언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교착 상태는 한국전쟁 교전국들의 갈등 종식 선언이 먼저냐, 북핵 프로그램 공개 후 국제사찰 허용이 먼저냐는 북미 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취소된 것은 9월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분주했던 한국 정부에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 미사일 엔진시험장 해체 이후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트럼프 정부는 종전선언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에 섣불리 동의하는 것은 협상력을 약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북한 군부에 면이 서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사람들은 '우리는 새로운 관계에 합의했고, 한반도 종전선언이 새로운 관계의 가장 중요한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애틀랜틱은 문 특보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9월 열리는 유엔 총회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 특보도 애틀랜틱 기자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한다면 멋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정말로 획기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문 특보는 6·12 북미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면서 "북미는 양자회담 성공에 사로잡혀 있었고 회담은 당일치기로 끝내기로 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현재 문 대통령은 시 주석도 종전선언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문 특보는 밝혔다.

문 특보는 또 자신이 종전 선언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제시한 남북·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관련, 외교 정상화 외에는 어떠한 일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한미군사훈련·연습 중단, 미국의 한반도 인근 핵자산 배치 중단,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미국의 대북 핵·비핵 위협 중단 발표, 북한 비핵화 진전 시 대북제재 해제 등의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애틀랜틱은 보도했다.

문 특보는 종전선언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그것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의 죽음을 제외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외교전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2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 배경을 진단하는 칼럼에서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종전선언을 하는 데 반대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한 바 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