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폭염도 못말린 남자럭비, 땀 흘린 만큼 거두리라
아시아 최강 일본, 난적 홍콩 넘어 16년 만의 금메달 사냥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럭비 7인제 대표팀을 이끄는 최창렬(48)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최 감독은 그때 이후 16년 동안 끊긴 금맥을 다시 잇기 위해 이번에는 사령탑으로 아시안게임 무대에 복귀했다.
대표팀 최종 12인은 지난해 9월에 열린 2017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 2차 대회에서 난적 홍콩과 아시아 최강 일본까지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던 멤버들 위주로 꾸려졌다.
'역전의 용사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홍콩에 빼앗긴 아시아 패권을 되찾기 위해 뭉쳤다.
대표팀의 공식훈련이 진행된 지난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럭비장에서 만난 최 감독은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6월부터 두 달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며 "최근 2주 동안은 진도에서 기술훈련과 인조잔디 적응 훈련을 마쳤다"고 소개했다.
전·후반 각각 7분씩 소화하는 7인제는 하프타임 휴식시간까지 포함해 15분이면 한 경기가 끝난다.
시간 자체는 짧지만, 하루에 2경기씩 사흘간 총 6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고려하면 강인한 체력은 필수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체력 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111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도 럭비라는 종목 특성상 오후 실외 훈련을 빼먹을 수 없었다.
그늘 한점 없는 럭비장에서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했기에 선수들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그 지독한 더위를 이겨내고 자카르타에 입성한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이 아까워서라도 금메달을 놓칠 수 없다고 벼른다.
세 번째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는 한건규(31·한국전력공사)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며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일본, 홍콩에 밀려 두 대회 모두 동메달에 그친 한국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경쟁팀들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전술을 세밀하게 다듬었고, 불필요한 반칙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국내 심판진의 도움을 받아 규정 교육도 철저히 했다.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선수가 6명, 그렇지 않은 선수가 6명으로 신구조화까지 이뤘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돋보이는 정연식(25·일본 히노 레드 돌핀스)이 부상으로 빠진 게 아쉽지만, 아시아 최고의 선수인 장성민(26·일본 NTT 도코모)이 건재하다.
또한, 오랜 합숙훈련을 통해 다져진 팀워크는 대표팀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이다.
총 12개 팀이 출전하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4개 팀씩 3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한다. 한국은 스리랑카,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C조에 속했다.
한국은 30일 오후 4시 18분(이하 한국시간) 아프가니스탄과 1차전, 오후 7시 58분에는 스리랑카와 2차전을 치른다. 아랍에미리트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은 31일 오후 4시 40분에 열린다.
조별리그를 마친 결과 각 조 1위 팀 중 포인트가 높은 순으로 1∼3등, 각 조 2위 팀 중 포인트가 높은 순으로 4∼6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1∼8위 팀이 8강전에 진출한다.
8강부터 결승까지는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한국의 상대는 결국 일본과 홍콩이다. 귀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은 전통적인 럭비 강국 피지 출신 선수 3명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최 감독의 말이 걸작이다.
"일본에 피지 선수가 5명인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3명이더라고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2명 줄어서 다행이라고 했죠."
최 감독은 "준비를 잘한 만큼 꼭 금메달을 따서 한국 럭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며 "그래야 어린 선수들도 럭비 국가대표로서의 꿈을 키울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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