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질의' 광주시의회 예결위, 추경 예산안 대거 칼질
현안 예산 상임위 의결 모조리 뒤집어…소관 상임위 강력 반발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시정 주요 현안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상임위 의결을 모조리 뒤집었다.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던 광주형일자리 현대차 투자유치 용역예산은 예결위가 모두 되살렸고, 68%나 깎였던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예산도 예결위가 원상복구 했다.
시 요구대로 상임위를 통과했던 비엔날레전시관 신축 용역예산과 이용섭 시장의 역점사업이기도 한 광주 브랜드 상설공연장 예산은 예결위에서 모두 없애 버렸다.
예산 심의에서 맹탕 질의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던 예결위가 계수조정에서는 이처럼 소관 상임위 결정을 무시하는 의결을 잇달아 함에 따라 시의회 안팎의 거센 비난이 예상된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광주시가 제출한 2018년 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2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30일 0시30분께 의결했다.
이번 추경은 증액규모가 3천400억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광주형일자리·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비엔날레전시관 신축 등 현안 예산들이 몰려 주목받았다.
애초 상임위 의결이 예결위에서도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오후 5시께부터 무려 7시간 넘도록 이어진 계수조정 끝에 나온 예결위 결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현대차 투자유치를 위해 광주시가 신청한 연구용역 예산은 모두 7억원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했지만 예결위는 이를 모두 되살렸다.
상임위는 '현대차 투자유치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먼저'라며 시에서 요구한 예산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예결위는 시의 사업 추진 불가피성에 대한 설명을 수용했다.
예결위는 또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용역예산의 일부를 삭감한 상임위와 달리 이를 모두 되살린 뒤 통과시켰다.
상임위는 공론화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편성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요구예산 3억8천만원 중 1억2천만원만 반영했으나 예결위는 상임위 의결을 무시했다.
비엔날레전시관 신축사업 사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예산 2억2천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이 예산은 시 요구대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신축사업을 통해 비엔날레전시관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의원들의 이의제기로 예결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용섭 시장의 역점사업인 광주 브랜드 상설공연장 예산 5억7천만원은 상임위에서 7천만원만 깎아 사업 추진을 인정했지만 예결위는 이를 모두 삭감해 버렸다.
이처럼 상임위 심의를 뒤집는 결정이 잇따르자 일부 예결위원들이 의결 전 해당 소관 상임위와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임위 소속 시의원들은 예결위 의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건설위 소속 한 시의원은 "예결위에서 이런 식으로 상임위 의결을 뒤집어버리면 상임위 심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추경안을 섣부른 칼질로 누더기로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했다.
광주시의회 예결위의 이날 추경안 심의는 '칼질'이란 지적까지 받았지만, 정작 예결위원들의 예산 심의는 '물 빠진 맹탕 질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경 예산안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예산 반영의 필요성을 따져 묻기보다는 대부분 예산 편성 사업의 현황을 설명해 달라는 수준의 질의에 그쳤다.
한 예결위원은 추경 심의 도중 난데없이 시청 로비 행사 관리 문제점을 거론하는 등 예산 심의와는 동떨어진 질의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예결위 심의를 지켜본 시청 한 공무원은 "이럴 거면 처음부터 계수조정만 하지 질의·응답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몇 달 남지 않은 내년도 본예산 심사가 벌써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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