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사이클 박상훈 "낙담한 단체추발 동료 위해 더 달린다"

입력 2018-08-29 21:35
[아시안게임] 사이클 박상훈 "낙담한 단체추발 동료 위해 더 달린다"

개인추발 금메달…"단체추발 금메달은 4년 뒤 다시 도전"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사이클 국가대표 박상훈(25·한국국토정보공사)은 남자 개인추발 금메달을 만지작거리면서 "어제 단체추발 선수들도 같이 땄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박상훈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트랙 사이클 남자 개인추발 결승에서 치카타니 료(일본)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4㎞를 완주하기도 전에 치카타니를 추월하면서 거둔 완벽하고도 깔끔한 승리였다. 개인추발은 맞은 편에서 출발한 상대 선수를 추월하면 승리한다.

박상훈은 전날인 28일 남자 단체추발 금메달도 바라보고 있었다. 단체추발은 4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을 추월하는 경기다.

한국 남자 단체추발은 예선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부상한 상태였다.

그러나 1라운드 경기 중 우리 선수들끼리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박상훈은 "다 같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운동했는데 넘어져서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라며 "어제는 남자 중장거리 주장으로서 패닉에 빠진 팀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단체추발 예선과 1라운드 경기에는 김옥철, 민경호, 임재연, 신동인이 출전했다.

결승에 진출하면 박상훈이 단체추발 멤버로 합류해 금메달과 함께 새로운 아시아 기록에 도전한다는 게 대표팀의 목표였다.

박상훈은 "어제가 어머니 생신이어서 꼭 단체추발 금메달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개인추발 금메달로 하루 늦게 선물을 드리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상훈은 어머니께 또 다른 선물도 드렸다. 개인추발 예선에서 아시아 신기록(4분 19초 672)을 세운 것이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를 추월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비결에 대해 박상훈은 "선수와 선수, 코치님과 선수의 믿음으로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사이클 남자 중장거리는 2년 전까지 대표팀의 중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하던 장선재 코치가 이끌고 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던 장 코치는 2016년 대표팀 코치로 부임해 박상훈, 김옥철, 민경훈, 임재연, 신동인, 강태우 등 6명의 선수와 아시안게임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을 목표로 훈련해왔다.



박상훈은 "2년 동안 10초를 단축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믿음으로 단결했다"고 끈끈한 팀워크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상훈은 단체추발 금메달 하나만 달려왔던 동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로 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4년 뒤에 다시 달려줄 테니 4년 뒤에 한 번 더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실 박상훈은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인 다음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않을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훈련이 너무 힘들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상도 잦아졌다. 올해 초 아시아선수권 대회에는 무릎이 아파서 뛰지도 못했다"면서 "그러나 단체추발 금메달을 위해 다시 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훈은 이날 금메달을 확정하고 한국 응원단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또 인도네시아 소녀 팬들을 향해서도 인사했다. 관중석에서는 "오빠!" 탄성이 나왔다.

박상훈은 "저를 국가대표로 선발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신 대한자전거연맹 분들께 감사 인사를 했다. 인도네시아 소녀팬들은 예선 때도 '오빠'라고 불러주길래 인사해준 것"이라며 웃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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