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막혀 AG 축구 결승 좌절 베트남 "그래도 잘했다"
경기 시작전부터 거리에 국기 응원 물결
아쉬움의 종료 휘슬에 기립 박수…"박항서 감독과 한국에 감사"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9일 아시안게임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지만 베트남 축구팬들은 "그래도 잘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는데, 아시아 최강을 넘볼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오는 9월 1일 열리는 3, 4위전에서 승리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성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사상 최초로 진출한 준결승전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베트남 국기를 들거나 오토바이, 승용차에 매달고 거리를 다니며 '베트남, 승리', '베트남, 파이팅' 등을 외치는 팬들도 많았다.
현지 치안 당국이 교통경찰 총동원령을 내려 질서 유지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한국과의 준결승이 현지 시간으로는 업무가 끝나기 전인 오후 4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응원을 위해 상당수 공장과 사무실이 1∼2시간씩 단축근무를 했고 오후를 통째로 휴무한 곳도 있었다.
또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장의 경우 근무시간을 조정해 단체응원을 한 뒤 근로자들을 귀가시키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베트남 국기와 이를 형상화한 티셔츠, 나팔 등 응원 도구가 불티나게 팔렸다.
호찌민시의 한 상인은 티셔츠 1만5천 장을 샀는데 4강 진출이 확정된 후 하루 만에 절반 이상을 팔았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8강전까지 골을 넣은 선수와 이름이 같은 고객에게 1년 예금 금리를 0.3% 올려준 은행도 있었고, 한 신발 업체는 스타 플레이어와 성이 같은 고객 선착순 50명에게 50% 할인행사를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인도네시아 현지로 가 직접 경기를 보며 응원하려는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 베트남항공은 이날 8강전 때보다 2편 많은 특별기 5편을 띄웠다.
이날 하노이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비가 내렸지만 TV와 대형 스크린 등으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식당, 카페, 주점 등은 단체응원에 나선 손님으로 가득했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팬들은 우산을 쓰고 밖에 서서 응원에 가세했다.
팬들은 초반부터 한국에 선취골을 내주는 등 경기가 답답하게 진행됐지만 대부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박항서 호를 응원했고, 특히 후반전에 만회골을 기록하자 뜨겁게 환호했다.
1-3 패배를 알리는 아쉬움의 종료 휘슬이 울렸으나 지켜보던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4강에 진출했을 때와 같은 열광은 없었지만 나팔을 불거나 국기를 흔들며 "베트남, 꼬렌(파이팅)"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4개월 된 아들, 아내와 함께 응원하러 나온 쫑(33)은 "베트남 선수들이 아주 열심히 잘했고, 양팀 모두 훌륭했다"면서 "한국과 베트남 관계도 더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감독과 박 감독 부모, 그를 베트남으로 보내준 한국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베트남 대표팀이 앞으로도 한국과 잘 협력해서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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