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통계 신뢰도 논란…통계청장 "행정자료로 보완 방안 준비"
취임 전 靑에 분석자료 제공사실 인정…"최저임금 아닌 계층별 소득 분석"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이대희 기자 = 가계 소득 통계의 신뢰성 논란과 관련해 강신욱 통계청장은 행정자료를 활용해 조사 결과를 보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가계동향조사는 면접 조사를 기반으로 하며 표본이 적어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실측이 가능한 자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 청장은 "국세청이나 (근로복지)공단 등의 행정자료를 말하는 것 같은데 통계청에서 이미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 청장은 "행정자료로 설문조사를 보완하는 것은 검토가 돼 있다"며 "어느 정도가 될지 (결과를) 어떻게 공개하게 될지는 들어가서 (보고를 받아) 봐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가계동향 조사의 설계를 새로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취임) 전에 생각한 것과 (통계청) 안에서 보고를 받고 결정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의 경우 면접 방식으로 조사하므로 응답자가 소득에 관해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답변을 거부하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사 표본은 지난해는 약 5천500가구였고 올해는 약 8천 가구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유효 표본의 절반 가량(가중치 적용시)이 교체되면서 작년 조사 결과와 올해 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쟁이 일고 있다.
강 청장은 자신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재직 중에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청와대 측에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분석을 청와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나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 분석 자료와 관계가 없다'고 반응해 왔다.
강 청장은 비록 최저임금과는 관련이 없지만, 자신이 당시 가계소득에 관한 분석자료를 청와대에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하지 않았고 1인 가구까지를 포함했을 때의 소득계층별 소득증가율 등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계동향조사에서 1분위(하위 20%)의 올해 1분기 소득이 작년 1분기보다 8.0% 감소하고 분배지표인 전국 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이 5.95배를 기록해 2003년 조사 시작 후 소득격차가 가장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했지만, 빈곤층의 소득은 더 줄고 분배 격차도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했고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반박했다.
당시 청와대는 강 청장과 노동연구원 측이 각각 분석한 자료를 받아 검토·재가공했고 이는 문 대통령 발언의 근거가 됐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취임 약 13개월 만에 경질된 것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기재위 간사인 윤영석 의원은 "통계가 조작되거나 정부 입맛에 맞게 변형되면 경제 정책에 상당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강 청장을 출석시켜서 업무보고를 받자고 주장했고 여당은 이에 반대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계청지부는 "통계청이 통계청장 한사람이 바뀐다고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 호락호락한 조직으로 본다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통계에 대한 논란을 중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날 성명을 발표했다.
통계청지부는 황 전 청장 면직에 관해 지난 27일에도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며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로 보인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통계청은 내년 가계동향 조사 때 지난해부터 분리된 소득·지출 부문을 다시 통합하는 등 가계동향 전면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내년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예산을 올해(28억5천만원)보다 대폭 늘린 159억4천만원으로 편성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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