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길들이기 논란 오스트리아 극우 '역풍'

입력 2018-08-29 18:12
정보기관 길들이기 논란 오스트리아 극우 '역풍'

법원 "경찰에 정보기관 압수수색 허용한 하급심 판단 잘못"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경찰을 앞세워 국가 정보기관을 압수수색해 논란을 빚은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빈 지방법원은 올 2월 경찰의 대테러정보기관 BVT 압수수색을 허용한 하급법원 판단이 잘못됐다며 압수수색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필요한 정보는 BVT에 요청하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며, 직원 3명의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한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다른 직원 1명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봤다.



경찰은 BVT를 압수수색하면서 나치를 추종하는 '학생동맹' 같은 극우 극단주의 조직 관련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우파 국민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한 극우 자유당 소속 의원 상당수는 학생동맹에 가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극우 자유당은 연립정부에서 내무부, 국방부, 외무부 등을 맡아 경찰, 군을 장악했다.

오스트리아 언론들은 당시 자유당이 BVT에서 정보를 빼내 수사를 막으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야당은 자유당이 BVT 직원들을 숙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압수 수색을 한 직원들이 제1당인 국민당과 가깝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헤르베르트 키클 내무장관은 당시 페터 그리들링 BVT 청장의 직무를 정지했지만, 행정법원은 직무정지 처분이 잘못됐다고 결정했고 그리들링 청장은 복직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자체가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자유당은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됐고 정보기관을 입맛대로 길들이려 한다는 야당의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자유당 몫으로 입각한 카린 크나이슬 외무장관이 결혼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했다가 중립 원칙을 훼손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유럽연합(EU) 국가 정보기관 사이에서는 친러시아 성향인 자유당의 통제 아래 있는 BVT와 정보 공유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확산하고 있어, 압수수색 계획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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