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벼랑끝 몰리는 이란 대통령…의회 맹공에 탄핵설도

입력 2018-08-29 16:20
경제난에 벼랑끝 몰리는 이란 대통령…의회 맹공에 탄핵설도

"이란 최고지도자, '방패막이'로 로하니 대통령 계속 내세울듯"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온건파로 실용적 개혁노선을 추구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와 경제 제재 재개로 이란의 민생고가 커지면서 그 책임의 화살이 로하니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란 의회는 처음으로 로하니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의원들이 28일(현지시간) 정부의 경제위기 완화책을 퇴짜놓으면서 로하니 대통령을 이례적으로 의회로 불러 비난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의회에서 공개 질의를 받은 것은 2013년 취임 이후 처음이며,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1년에 이어 2번째다.

하미드레자 포울라드가르 의원은 "요즘 국민이 연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국민이 가장 힘든 경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작년 말 이후 물가 폭등과 높은 실업률 등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한 데 이어 8월부터 이란에 경제 제재를 다시 가하면서 경제난이 가중된 이란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타결한 이란핵합의를 계기로 경제 개발에 속도를 내려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역풍이 부는 것이다. 이란핵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대신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해 중계된 의회 답변 과정에서 "실수는 있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나라의 고초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행위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에 수긍하기보다는 경제파탄의 책임 소재 추궁을 사법부에 맡길지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앞서 의회는 노동장관과 경제장관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개혁·개방정책에 반대하는 강경파에 최근의 정국 상황은 호재다.

이처럼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탄핵까지 갈지는 불투명하다. 로하니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 있는 실정법 위반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탄핵 불가의 이유로 꼽힌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대중의 분노에 대한 '방패막이'로 로하니 대통령을 그 자리에 계속 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인 카림 사드자드푸어는 "하메네이 '장수 통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책임지는 것 없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권력 없이 책임지는 대통령이 그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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