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으로 물드는 가을'…국제 수묵비엔날레 엿보기

입력 2018-08-29 14:29
'묵향으로 물드는 가을'…국제 수묵비엔날레 엿보기

알고 보면 친숙한 수묵…다양한 기법·소재 활용한 작품 전시

목포·진도 일대서 전시·체험·학술행사…수묵의 대중화 시도



(목포=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통회화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국내 최초 '수묵 비엔날레'가 29일 언론공개 행사를 통해 미리 선보였다.

다가오는 가을, 전통 남종화의 본산인 목포와 진도 일대를 묵향으로 물들일 작품들이 베일을 벗었다.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는 오는 31일 개막해 이튿날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 문화예술회관, 진도 운림산방 등 6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15개국 작가 271명의 작품 312점이 전시되며 국제 레지던시, 학술회의,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 수묵의 매력에 빠지다…목포 문화예술회관 둘러보기

이날 공개된 전시장은 비엔날레 1관으로 지정된 목포문화예술회관이다.

수묵으로 덧씌워진 출입구로 들어서면 로비, 벽면, 통로마다 다양한 표현 기법과 소재로 표현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제1전시실에서 자연을 소재로 한 전통 수묵 작품들을 관람하고 큐레이터가 강력 추천하는 제2전시실로 향하면 젊은 작가들이 표현한 참신함을 느끼게 된다.

조종성 작가의 '이동 시점으로 본 풍경'은 산수화를 별 모양으로 평면에 그려내면서 통상 산수화에 등장하는 산속의 집은 그림에서 꺼내 바닥에 조각으로 표현했다.

송윤주 작가는 '역경'에서 주역에 등장하는 텍스트를 시각화했다.

이이남 작가는 빔프로젝터와 커튼 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수묵의 빛'을 전시했다.

돋보기나 태블릿 PC로 관람할 수 있는 작품들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경기 고양으로 이어지는 자유로 바닥에 적힌 '개성'이라는 글씨를 탁본해 분단의 현실을 제시한 작가의식도 눈에 띈다.



제3전시실에서는 김호득 작가의 '폭포'를 눈여겨볼 만하다.

한순간 먹물을 쏟아부어 폭포의 기운을 느끼게 한 기법을 제시했다.

큐레이터는 "난, 나무를 '그린다' 하지 않고 '친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생명의 응집력을 가시화하는 작품들을 감상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4, 5전시실에서는 한·중·일 3국의 수묵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먹물을 흥건하게 적셔 칠하고, 닦아가며 질감을 노출하면서 알듯 모를 듯 형태로 소파를 표현한 작품이나 동양 문인들의 해학을 화폭에 담은 작품을 챙겨봐야 할 듯하다.

제 6,7전시실은 수묵 추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 목포, 진도 일대가 미술관이요, 창작장소

비엔날레 2관인 목포 노적봉 예술공원 미술관에서는 서양 작가들의 수묵 작품과 젊은 한국 작가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수묵의 탈공간화, 탈지역화의 현장체험이 콘셉트다.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 갤러리(3관)에서는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전남 종가전'이라는 주제로 전남 대표 종가 10곳을 수묵화, 사진 등으로 표현한 작품이 전시된다.

남종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진도에도 3개 전시관이 마련됐다.

진도 운림산방 내 남도전통미술관(4관)에서는 남도와 전통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도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운림산방에 있는 금봉미술관(5관)에 가면 전통에 충실한 동양 산수화, 남도 화맥의 전통을 잇는 산수화를 액자, 족자 등으로 감상할 수 있다.

진도 향토문화회관 옥산미술관(6관)에서는 전통 산수에서 실경 산수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중국과 한국 작품의 차이와 유사점을 살펴보는 것도 수묵 비엔날레 관람의 묘미를 더한다.

◇ 몸으로 느끼는 수묵…체험·부대행사

지난 10일부터 목포 원도심에 있는 신안수협, 예인 갤러리에서는 한 달간 국내외 작가들이 체류형 작품 제작·전시 활동에 들어갔다.

'국제적 수묵 수다방'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도심 속 유휴공간을 주민과 함께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특별전시 프로그램이다.

가족이나 학생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목포 옛 갓바위미술관과 진도 금봉 미술관에서는 화선지, 부채, 머그잔에 직접 수묵화를 그려볼 수 있다.

목포 평화광장에서는 수묵을 소재로 하는 공연이 이어지고 추석 연휴 운림산방에서는 민속 공연이 펼쳐진다.

주말에는 수묵 소품을 구매하는 '수묵 갤러리' 행사도 진행된다.

수묵 캘리그라피, 운림산방 만장 미술제 등도 다양한 향유층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상철 총감독은 "수묵이 본래 가졌던 위상, 동양회화의 적자이자 실체로서 존중과 사랑을 회복하는 게 이번 비엔날레의 첫째 목적"이라며 "수묵을 단순한 미술, 폐쇄된 장르로 이해하지 않고 대중적으로 접근해 지역발전 동력을 제공하는 계기를 찾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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