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서 잘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하자"…서울대 졸업식
김호동 석좌교수 축사…"현실과 동떨어진 이상 고집하지 말기를"
미혼모 자녀 졸업생 대표연설…'총장 공석' 직무대리 명의 졸업증서 수여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자기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동떨어진 이상만 고집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에만 맞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현실주의자도 되질 말아야 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김호동 석좌교수는 29일 오전 이 대학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며 졸업생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김 석좌교수는 "현실에서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해야 한다"며 "실패의 대부분은 잘못된 선택을 해서가 아니라 선택한 것에 전력투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오직 한우물만을 파야 한다"며 "그때가 되면 다른 '프로'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 '프로'들끼리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부터 여러분의 성취는 사회가 공유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서울대 경제학부 박성태(25) 씨는 "미혼모인 어머니 아래서 오랜 기간 경제적인 어려움을 친구로 삼아 자라왔다"면서 "비밀을 숨기기 위해 저는 한없이 작아졌다"고 고백했다.
박씨는 "모친이 뇌종양 후유증으로 갑작스럽게 청력 장애를 가지게 됐고, 생계 곤란으로 의가사 제대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서울대에서 장학금을 지원받아 교환학생,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다녀오고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욱 교육부총장(총장직무대리)은 "현대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무가 부여됐다"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유의 지평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내적 성찰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박씨를 포함해 총 2천526명이 학위를 받았다. 학사 873명, 석사 1천58명, 박사 595명이 졸업했다.
이른 아침부터 학위모를 쓰고 모인 졸업생들은 끝이라는 안도감과 시작이라는 설렘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졸업생들은 가족들과 기쁨을 만끽하며 사진 촬영에 몰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은 총장직무대리가 총장을 대신했다. 지난 총장선거에서 최종총장 후보가 도덕성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총장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총장직무대리 명의의 졸업증서를 받았다.
한편, 체육관 입구에서는 '서울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이 "민주적 총장선거와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학생이 교수와 동등하게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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