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에 찾아온 한일합작 감성영화 '나비잠' '대관람차'

입력 2018-08-29 11:15
늦여름에 찾아온 한일합작 감성영화 '나비잠' '대관람차'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의 감독·배우가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영화 두 편이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고양이를 부탁해', '말하는 건축가'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은 신작 '나비잠'에서 '러브레터'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나카야마 미호와 호흡을 맞췄다. 상대 한국 배우로는 김재욱이 출연한다.

백재호·이희섭 감독이 공동연출한 '대관람차'는 2인조 혼성 벤드 '더 자두' 멤버인 강두가 일본 배우 호리 하루나, 스노우 등과 함께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 일본이 배경인 만큼 한국어 대사는 몇 마디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대화가 일본어로 이뤄진다.



◇ 첫 사랑의 아이콘과 다시 만나다 '나비잠'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

눈으로 뒤덮인 숲속에서 히로코가 이츠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장면으로 잘 알려진 '러브레터'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한국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여주인공 '료코' 역을 맡은 나카미야 미호는 일본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28일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일본 측 관계자를 통해 개봉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 일본서는 5월에 개봉했고, 많은 분이 응원의 말씀을 주셨다. 이 영화의 멋진 바람이 한국에서도 불기 바라며, 료코와 찬해가 앞으로도 스크린 속에서는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많은 분의 마음에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비잠'은 베스트셀러 작가 '료코'가 우연히 만난 한국 유학생 '찬해'(김재욱 분)와 함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감성 멜로드라마다.

펜으로 직접 소설을 쓰는 작가 '료코'는 자신의 잃어버린 만년필을 찾아준 찬해에게 자신의 마지막 소설을 함께 준비해줄 것을 제안한다.

료코는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 료코에게 남은 시간은 3년 남짓. 그러나 함께 소설을 써가면서 두 사람의 감정은 호감에서 사랑으로 발전해간다.

첫사랑 아이콘이었던 나카야마 미호와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섬세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 김재욱 조합은 베스트셀러 여류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사랑이라는 다소 야릇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특히 료코의 부탁으로 찬해가 서재를 새롭게 꾸미는 장면의 미장센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명이나 연대순이 아닌 표지의 색깔별로 그러데이션 효과까지 고려해 책을 배치한 서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공간처럼 색과 빛의 섬세한 변화를 담아냈다.

정 감독은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나야 한다면 세상이 아름답게 기억되길 바랄 것으로 생각했다"며 "영화에 나오는 공간이 특별히 아름답기를 바랐고 특히 찬해와 료코가 함께 서재를 정리하는 것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9월 6일 개봉.



◇ 청춘을 위한 슬로우 뮤직 시네마 '대관람차'

일본 오사카의 덴포잔에는 높이 100m가 넘는 대관람차가 서 있다. 이를 제목으로 한 영화 '대관람차'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본 오사카에서 실종된 선배 '대정'을 대신해 오사카로 출장 온 선박회사 직원 '우주'(강두 분)는 출장 마지막 날 밤 술에 잔뜩 취한 채 대정을 닮은 남자를 보고 무작정 쫓아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이쇼(大正)라는 낯선 동네 '피어 34'라는 술집 안이다. 귀국 비행기를 놓친 데다 휴대전화까지 잃어버린 우주는 간신히 회사에 상황 보고를 하지만 부장에게 온갖 꾸지람을 듣는다.

'피어 34' 주인 '스노우'(스노우 분)는 우주에게 농담삼아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을 하고, 우주는 충동적으로 부장에게 전화해 퇴사를 통보한다.

'피어 34'에 머물며 실종된 대정을 찾기로 결심한 우주는 기타를 연주하지만 노래는 하지 않으려는 소녀 '하루나'(호리 하루나 분)를 만나게 된다.

대학 시절 이후 기타를 손에서 놓은 우주는 하루나와 만나 임시로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끈 2인조 밴드 '더 자두' 출신인 강두가 우주 역을 맡아 오랜만에 노래 실력을 뽐냈다. 극 중 강두가 부른 노래는 가수 겸 작곡가 '루시드폴' 음악들이다.

강두는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노래한다는 대목이 없었는데 노래까지 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다행히 제 목소리가 루시드폴 노래와 어울리는 편이어서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을 '대관람차'로 정한 데 대해 이희섭 감독은 "오사카로 사전답사를 갔을 때 대관람차를 보게 됐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천천히 제 자리로 돌아오는 관람차가 저희 영화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저속으로 움직이는 대관람차처럼 영화는 느린 템포를 진행된다. 몸의 긴장을 풀고 다소 나른한 마음으로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8월 30일 개봉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