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푸근한 미소…창령사터 오백나한 특별전
국립춘천박물관서 11월 28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길쭉한 눈에 뭉툭한 코, 입가엔 옅은 미소. 푸근하고 정감 가는 표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립춘천박물관 대표 유물인 영월 창령사터 나한상은 흔히 '강원도의 미소'로 불린다. 아라한의 준말인 나한(羅漢)은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불교 성자를 뜻한다.
고려 후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창령사터 나한상은 2001년 5월 영월 남면 창원리에서 발견됐고, 그해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이후 박물관에는 나한상 317점, 불상과 대좌 11점이 들어왔다.
박물관은 2003년 '구도와 깨달음의 성자, 나한' 특별전을 열고, 2005년에는 '충절의 고장 영월' 전에서 나한상 59점을 선보였다. 그러다 2015년부터 체계적 관리를 위해 유물 번호를 부여하고 사진 촬영 작업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기간에 평창 월정사 성보박물관에도 나들이 간 창령사터 나한상이 국립춘천박물관에서 다시 특별전을 통해 관람객과 만난다.
28일 개막해 11월 25일까지 이어지는 고려 건국 1천100주년 기념 특별전 '창령사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은 나한상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시도하는 한편 그간 박물관이 진행한 나한상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되는데, 제1부는 설치미술가 김승영이 벽돌 수천 장으로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오윤석의 사운드 작품을 더했다. 표정이 다양한 나한상을 사이를 거닐면 신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2부는 학술 공간으로 꾸몄다. 창령사터 오백나한의 미술사적 의의, 복식 특징, 석재 산지, 보존과 복원 과정을 설명하고, 한편에는 잔디 광장을 마련했다.
마지막 3부는 나한상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한 홍석창, 최영식, 이형재, 최중갑의 작품을 만난다.
박물관은 특별전을 맞아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상태 국립춘천박물관장은 최기주 청암문화재연구소장과 함께 쓴 논고에서 "창령사터에서 나온 나한상 중 완형은 64점에 불과하고, 몸체와 머리만 있는 조각상은 각각 130여 점과 110여 점"이라며 "창령사터 나한상처럼 화강암으로 제작한 석상이 재해나 사고로 손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한상 300여 점 가운데 약 80%가 파손됐고, 나한전으로 추정되는 금당이 화재로 소실된 점을 보면 인위적 훼불(毁佛) 가능성이 크다"며 "취약한 부분이 아니라 견고한 부분이 파쇄됐다는 점도 훼불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한상 훼불은 창령사 창건 이후 폐사에 이르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해 조선시대에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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