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또 불운에 멀어진 금…사이클 남자단체추발 망연자실
임재연 갈비뼈 골절 의심…매디슨 출전도 불발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 대회만 바라보던 선수들인데…."
엄인영 사이클 국가대표팀 감독이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남자 단체추발 대표팀이 낙차 사고로 탈락한 직후였다.
벨로드롬 내 한국 사이클 선수단 공간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사이클 대표팀은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트랙사이클 남자 단체추발 1라운드 경기를 완주하지 못했다.
단체추발은 반대편에서 출발한 상대 팀을 추월하면 승리한다. 그러나 추월은 쉽게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은 결승선까지 도착한 시간 기록으로 순위를 정한다.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1∼2바퀴를 남기고 중국을 추월하기 직전까지 갔다.
27일 예선에서 아시아 신기록(3분 56초 247)을 세우며 분위기를 끌어 올린 대표팀의 금빛 전망은 더욱 밝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민경호(22·서울시청)와 임재연(27·국군체육부대)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임재연은 일어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결국 남자 단체추발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질주는 1라운드 경주를 채 마치지도 못하고 멈추게 됐다.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에는 중국과 홍콩이 진출했다.
임재연은 갈비뼈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임재연과 민경호, 김옥철(24·서울시청), 신동인(24·국군체육부대)이 팀을 이룬 한국 남자 단체추발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놓쳤던 금메달을 되찾아 오겠다며 칼을 갈아왔다.
한국 남자 단체추발은 2006 도하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아시아 최강을 자부했다.
그러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간판 장선재(현 국가대표팀 코치)가 경기 직전 컨디션 난조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한국에는 국제 규격의 실내 돔 벨로드롬이 하나도 없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국제 규격이 아닌 실외 벨로드롬에서 열렸다. 장선재의 컨디션 저하에는 실외 날씨 변화 영향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인천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임재연, 박건우, 박선호, 박상훈)은 시상대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4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되찾아 오겠다고 다짐했다.
자신 때문에 남자 단체추발 3연패를 이루지 못했다고 자책한 장선재는 못다 이룬 꿈을 코치로서 이루겠다며 지도자 수업을 받고 2016년 코치로서 대표팀에 돌아왔다.
장 코치는 "인천에서 후배들이 저 때문에 피해를 봤다. 너무 한이 맺혀서 플레잉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여기로 왔다"며 "중장거리 선수들은 지난 2년 동안 이 대회만 바라보고 이곳에 왔다"며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한국이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을 때, 장 코치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낙차 사고로 또 한 번 금메달의 꿈이 날아가자 장 코치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제자이기 전에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후배들이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탈락한 상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대표팀은 임재연의 부상으로 남은 일정에도 차질을 겪게 됐다.
임재연은 박상훈(25·한국국토정보공사)과 함께 매디슨에도 출전할 예정이었다. 매디슨은 두 명이 교대로 달리는 포인트레이스로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이다.
엄 감독은 김옥철이 임재연을 대신해 박상훈과 호흡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엄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러나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클 대표팀은 매디슨, 개인추발, 옴니엄, 경륜, 스프린트 등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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