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주교에게 25억원짜리 호화주택 제공…미 가톨릭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미국의 한 가톨릭 교구가 주교의 은퇴 생활을 위해 우리 돈으로 25억 원이 넘는 호화 주택을 사들여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도시의 가톨릭 교구가 패트릭 J. 맥그래스(73) 주교의 은퇴 후 거처로 쓰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230만 달러(25억5천만 원)짜리 주택을 샀다고 AP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주택의 면적은 306㎡로, 높은 천장에 침실이 5개 있다. 또 스파 시설에서 볼 수 있는 대리석 장식의 욕실, 큰 부엌이 딸려 있다.
은퇴 주교를 위한 주택 구매와 유지 비용을 적립해둔 자금이 이번에 쓰였다. 해당 교구의 언론담당 리즈 설리번은 이 같은 주택 구매는 미 가톨릭주교회의의 정책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그래스 주교는 현지 '머큐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교구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맥그래스 주교는 이번 주택 구매가 교구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가 노인생활지원 시설로 들어가기 전에 살았던 주택을 팔아 교구가 이익을 거둔 사례를 들었다.
맥그래스 주교는 "내가 더는 이곳에 없을 때 주택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투자"라며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택 구매는 북부 캘리포니아의 주거 불평등을 우려하던 맥그래스 주교의 종전 태도와 달라 보인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그는 2016년 많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금전적 여력이 없이 차에서 잠을 자거나 작은 집에 뒤엉켜 사는 점을 거론하며 "주택공급 부족을 사회적,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많은 은퇴 성직자들은 은퇴자 주거단지나 사제관 등에서 살지만 맥그래스 주교는 다른 성직자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보였다.
그는 또 문제의 주택에 요리와 청소를 도와주는 사람이 들어와 머무를 수 있지만 다른 성직자와 함께 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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