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잘 견뎠는데"…폭우로 오이농사 망친 농민 '허탈'
대전 전민동 일대 비닐하우스 수십채·도심 아파트단지 침수
농민들 "갑천 수문 늦게 닫는 바람에 역류"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그 무더웠던 여름, 54도까지 올라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아이스 조끼를 입어가며 재배했는데…"
28일 대전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맞은편 비닐하우스 단지. 이곳에서 수십 년째 오이 등을 재배하는 김재완(60) 씨는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름 내내 폭염과 싸워가며 재배한 오이가 이날 오전 쏟아진 폭우로 대부분 물에 잠기면서 상품성이 떨어져 출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오가 다 됐지만, 무릎까지 쑥쑥 빠지는 오이 비닐하우스 안에는 여전히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김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 맞춰 출하하려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못쓰게 생겼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오이 외에도 지금 금값인 열무도 못쓰게 생겼다"며 "바닥에 물이 고이면 오이가 썩기 때문에 수천만원은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한숨을 지었다.
유성구 전민동 일대에는 김씨 외에도 오이와 열무 등을 재배하거나, 파종을 준비 중인 비닐하우스 수십동이 있는데, 이날 내린 폭우로 모두 물에 잠겼다.
29일 비닐하우스에 오이를 심기로 했던 박모(58·여) 씨는 "오이를 심으려고 정지작업을 다 해놓았는데, 모두 허사가 됐다"며 "오이 모종을 이미 구매해 예약해 뒀는데 모두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대전에는 이날 14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많이 내리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7시 10분을 기해 유성구와 서구 경계를 관통하는 갑천에 홍수주의보를 발효했다.
갑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며 갑천변에 있던 전민동 지역은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해 하수관이 역류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빚어졌다.
갑천 둑과 가까운 아파트단지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날 새벽부터 비닐하우스에 나온 피해 농민들은 갑천변 수문을 늦게 닫는 바람이 강물이 도심으로 역류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오늘 오전 6시 40분께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것 같아 갑천 전민1수문에 가봤더니 수문이 열려 있었다"며 "수문을 늦게 닫아 갑천 물이 도심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청 직원들이 뒤늦게 나와 수문을 올리면서 물 유입을 차단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인재"라고 목청을 높였다.
잠기고 무너지고…시간당 60㎜ 물 폭탄에 홍역 치른 대전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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