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한국인 감독 4강 더비…학범슨 vs 쌀딩크 '빛나는 지략 대결'

입력 2018-08-28 12:52
수정 2018-08-29 17:41
[아시안게임] 한국인 감독 4강 더비…학범슨 vs 쌀딩크 '빛나는 지략 대결'

K리그 무대에서 잔뼈 굵은 베테랑 사령탑, 29일 AG 4강전에서 맞대결

김학범, K리그에서 박항서에 상대전적 8승1무1로 앞서



(브카시[인도네시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누구의 지략이 더 빛날까.'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보기 드문 한국인 감독 맞대결이 마침내 성사됐다. 주인공은 한국 U-23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김학범(58) 감독과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박항서(59) 감독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을 치른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한국인 지도자끼리 단판 승부에서 만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인 지도자가 맡았던 아시아권 팀들의 전력이 약해 녹다운 방식 경기에 오르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금메달로 병역혜택이 절실한 태극전사들과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베트남의 대결은 양국 팬들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학범 감독은 K리그 무대에서 '공부하는 사령탑'의 원조로 꼽혔다.

2006년 '델파이 방법을 활용한 축구 훈련방법에 대한 내용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현역 선수 시절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김 감독은 1992년 은퇴해 은행원으로 생활하다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U-23 대표팀 코치를 맡은 뒤 1998년 성남의 코치로 합류하면서 지도자로서 기반을 닦았다.



성남에서 7년 동안 코치 생활을 마친 김 감독은 2005년 정식 감독으로 데뷔했고, 이듬해 성남을 K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대표적인 지략가로 인정받았다.

2006년 K리그 최우수 감독으로 뽑히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이름을 따서 '학범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K리그 무대에 가장 먼저 포백(4-back) 전술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공격적 스리백으로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른 뒤 조별리그 3차전, 16강전, 8강전에 포백 전술(4-3-3-)을 가동하며 준결승까지 팀을 이끌었다.

특히 김 감독은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발탁, 일부 팬들로부터 '인맥축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뚝심 있게 버텨냈다. 황의조는 8강전까지 8골을 몰아치면서 '인맥 축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게 됐다.

이에 맞서는 박항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U-20 대표팀과 A대표팀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박 감독은 1984년 럭키 금성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했고, 1988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LG 치타스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박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4강에서 탈락한 뒤 동메달을 따내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K리그에서 2005년 경남FC를 시작으로 전남, 상주 등을 이끌다가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제2의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박 감독은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박항서 매직'의 시작을 알렸다.

베트남 팬들은 베트남의 주산물인 쌀과 히딩크를 합쳐 '쌀딩크'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박항서 매직'을 앞세운 베트남은 조별리그 D조에서 3연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한 뒤 16강에서 바레인을 1-0으로 제압해 8강에 올랐다. 27일 8강 상대인 시리아와 120분 연장혈투 끝에 4강에 진출하면서 '한국인 감독 4강 더비'를 완성했다.

김학범 감독과 박항서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맞대결을 펼쳐본 적이 없어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국의 전력이 베트남보다는 한 수 위라는 평가다.

K리그 무대만 따지면 김 감독이 박 감독을 앞선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박 감독과 총 10차례 맞붙어 8승1무1패로 앞섰다.

김 감독과 박 감독은 2006년 처음 K리그에서 만났고, 성남을 이끌던 김 감독이 경남 사령탑을 맡은 박 감독을 상대로 3승(정규리그 2승·컵대회 1승)을 거뒀다.

2007년에는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지만 2008년과 2012년에는 모두 김 감독이 2승씩 거두며 앞섰고, 2014년에는 한 차례 비겼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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