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 관여 경찰간부 전·현직 구속영장 모두 기각(종합)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경찰관 4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전 경찰청 보안국장 황모씨, 전 정보국장 김모씨, 전 정보심의관 정모씨 등 전직 경찰 고위직 3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010∼2012년 경찰청 보안국장을 지낸 황씨는 보안사이버 요원들에게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황씨로부터 지시받은 보안사이버 요원들은 차명 아이디(ID)를 동원하거나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하는 등 수법으로 일반인을 가장해 당시 구제역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의 댓글 4만여건을 달았다.
이 가운데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지금까지 확인한 댓글 등은 750여건이다.
당시 정보국장이던 김씨와 정보심의관이던 정씨는 서울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정보과 직원 100여명에게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정보과 직원들 역시 가족 등 차명 계정을 이용해 일반인으로 가장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1만4천여건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은 7천여건의 댓글 등을 확인했다.
이 부장판사는 "재직 기간 작성된 댓글, 게시글 등의 갯수가 비교적 많지 않고 내용 역시 대부분 경찰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인터넷상의 댓글, 찬반투표 등에 경찰 조직을 동원한 범행이 보직 부임 이전부터 진행된 점, 관련 증거들이 충분히 확보돼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청 보안국 보안수사대장이던 민 경정은 군으로부터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블랙펜' 자료를 건네받아 내사나 수사에 활용했고, 영장 없이 감청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불법감청을 한 혐의를 받는다.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영장 청구 범죄 혐의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법리적 부분은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범죄 혐의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경력,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하면서 경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태스크포스) 조사결과가 나오자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본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상사로부터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어 지난 3월 치안감을 단장으로 한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단은 주무부서인 본청 보안국뿐 아니라 치안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국, 대국민 홍보를 맡는 대변인실, 서울·경기남부·부산경찰청 등 일부 지방청까지 댓글공작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여 왔다.
수사단은 댓글공작 의혹의 정점에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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